울산 앞바다서 전복된 작업선, 관제센터 피항 요청 묵살

입력 2012-12-17 22:17

울산 앞바다 해상 콘크리트 타설 작업선 전복사고와 관련, 해당 작업선이 사고 당일 울산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의 피항 및 안전 권유를 수차례 묵살한 사실이 관제센터의 전화·무선 기록에서 17일 드러났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작업선 석정 36호는 14일 당일 풍랑주의보가 발표됐는데도 “자정까지 버티면 잠잠해질 것”이라며 근로자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했다. 심지어 관제사가 작업선이 유류부두에 충돌할 것을 우려해 앵커 절단 뒤 피항을 요청했지만 무시했다.

관제센터와 석정 36호의 교신은 사고 발생 1시간30분 전부터 진행됐다. 관제센터는 오후 5시37분부터 석정 36호 현장소장 김모(47)씨와 3차례, 울산예인선조합(KTU) 등과 5차례 휴대전화와 무전기로 교신했다.

석정 36호는 오후 5시40분 “앵커 2개가 꼬였다. 양묘(앵커를 들어올리는 것)가 어렵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6분 뒤엔 “꼬인 앵커를 풀려면 다이버를 해야 하는데 야간이라 어렵다. 금일 자정 이후 기상이 괜찮아질 것 같으니 자정까지 버티면 된다”고 전했다. 이에 관제사는 “자꾸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정말로 안전한지 신중하게 판단해라. 앵커 체인을 비상 절단해 앵커 꼬인 문제를 해결해라”고 재촉했다.

석정 36호의 마지막 무전은 오후 6시30분에 있었다. 석정 36호는 “앵커 체인의 와이어가 57m로 주묘(앵커가 끌리는 일)되는 일이 없다. 괜찮다”고 했다. 관제사는 “말도 안 되는 말씀 하시느냐. 파도가 어떻게 갑자기 잔잔해지느냐”고 다그쳤다. 석정 36호는 다시 “하여튼 앵커가 끌리는 일은 절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오후 7시10분쯤 타설장비가 부러지며 석정 36호는 전복됐다.

남해해경청은 석정 36호 현장소장 김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과실 여부를 수사 중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