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박근혜·문재인 후보 ‘기독교 13개 현안 답변서’ 공개

입력 2012-12-17 21:28


朴 “종교평화법, 종교계 합의 없으면 제정 불가”

文 “공직자, 특정 종교 편향없게 규정 강화할 것”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한국교회가 보낸 13개 항목의 정책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다. 두 후보 모두 종교간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실천방법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교회연합, 미래목회포럼 등은 17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취지의 답변서를 공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0일 생명윤리와 복지정책, 대북지원, 종교정책 등 13개 항목의 질문서를 두 후보 캠프에 보냈다.

박 후보는 답변서에서 불교계가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종교평화법’에 대해 “종교계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간섭 없이 종교 간에 대화와 신의를 통해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찬반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교분리의 원칙은 충실히 지키되, 종교계에서 주시는 의견은 귀담아 듣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과 관료들이 특정 종교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관련 인선을 하면서 종교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며 “공무원들이 공직을 수행하면서 특정종교를 옹호하는 편향된 입장을 취하지 않도록 복무규정과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 재산을 종교유지재단 명의로 등기하는 것은 불법 명의신탁이라는 과세당국의 판단과 관련, 박 후보는 “종교재산의 특성을 고려해 명의신탁금지 특례대상으로 제8조 제3항에 종교유지재단의 첨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억울하거나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법질서를 세우고 관련 법에 미비한 점이 있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역시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두 후보는 종교사학의 자율성과 관련, 두드러진 입장 차이를 보였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정권시절 종교법인의 자율적 운영과 종교교육을 위축시키려는 사학법 개정안을 당시 한나라당이 대여투쟁을 통해 완화한 적이 있다”며 “종교사학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함께 추구해나간다면 종교교육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그러나 “학생들에게 강제적이고 벌칙을 부과하면서까지 이뤄지는 종교교육은 무리가 있다”면서 의무적인 종교교육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다만 “종교에 따른 건학이념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종립학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존중이 필요하다”며 “학교도 무신앙 또는 타종교 학생들의 불이익을 고려해 대체과목 개설 등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북 지원과 관련, 박 후보는 종교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고. 문 후보는 무상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생명 윤리와 관련한 ‘안락사 및 존엄사’ 논란에 대해 박 후보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반대입장을 밝혔고, 문 후보는 치료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 한해 고통을 동반하는 기존의 치료방식이 아닌 호스피스, 완화치료 등의 방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태문제에 대해 박 후보는 “사람의 생명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문 후보는 “사회적 합의를 거친 뒤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사형제와 관련, 박 후보는 “이 사회의 법질서를 세우고 흉악범에 대한 경고를 주기 위해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 후보는 “사형제가 가장 적절한 방안은 아니다”면서 “경찰인력의 대폭 증원, 지역별 주민안전시스템 구축 등 예방적 민생치안을 강화하는 게 강력 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사형제 폐지 쪽에 무게를 실었다.

정성진 미래목회포럼 이사장은 “대선 후보들의 이번 답변은 한국교회 성도들이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적임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공약대로 기독교 정책을 실행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