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나눔운동 강문규 이사장 “기다리다 10년 훌쩍… 이제야 마음이 후련합니다”

입력 2012-12-17 18:24


이달 초 강문규(81·사진)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은 “YMCA 운동의 미래 일꾼들을 키우는 데 써 달라”며 한국 YMCA전국연맹(Y연맹)에 3억5000만원을 기탁했다.

“이 돈을 내놓기까지 10년도 넘게 걸린 것 같아요. 이제야 마음이 후련합니다.”

강 이사장은 17일 본보 인터뷰에서 3억5000만원에 담긴 사연을 꺼냈다. “김봉학(2001년 작고)씨라고 계셨어요. 제주은행 설립자이자 한국 Y연맹 이사장까지 지내신 분이지요. 그분이 제게 맡겨둔 돈입니다.”

재일교포였던 김 전 이사장은 일본에서 플라스틱 제품 제조 공장 등으로 사업에 크게 성공한 인물. 한국에 들어온 그는 당시 연맹 사무총장이었던 강 이사장을 통해 한국 YMCA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현재 Y연맹에서 운영 중인 ‘천마지도력육성기금’도 김 전 이사장이 운영하던 기업인 ‘천마산업’에서 따온 명칭이다. 그가 내놓은 종자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금이다.

“제가 Y연맹 사무총장직에서 막 물러날 즈음이었어요. 당시 김 전 이사장도 이사장직에서 물러났을 때인데, YMCA를 위해 꼭 필요한 일에 써 달라며 각각 2억원과 1억원, 두 차례에 걸쳐 저에게 돈을 맡기셨어요.”

강 이사장은 그 돈을 적절한 때 Y연맹에 내놓으려고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당시 Y연맹이 안팎으로 혼란하던 시기였거든요. 기다리고 기다리다 10년이 훌쩍 지난 거죠.”

김 전 이사장이 작고한 뒤 꼭 11년이 지난 시간이었다. 돈이 쓰이는 용도 역시 김 전 이사장이 후진양성을 위해 조성한 ‘천마지도력육성기금’이다. 3억원의 돈은 그 사이 이자가 5000만원 정도 붙어 있었다.

간사에서 사무총장까지 30년 넘게 Y연맹에 몸담았던 강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YMCA는 말 그대로 기독교 청년 운동입니다. 진보나 보수가 아닌, 기독교 자체가 이념이 되어야 하고,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2014년 시민단체 최초로 창설 100주년을 맞이하는 Y연맹에 대해 초심을 일깨우는 한마디 같았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