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자민 압승 이후] 지한파 의원들 ‘희비’

입력 2012-12-17 19:12

일본 총선에서 보수강경파들의 우경화 정책에 제동을 걸 것으로 평가되는 지한파 의원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우선 2010년 한·일 강제병합 100년 사죄담화를 발표한 민주당 간 나오토 전 총리는 16일 소선거구(도쿄 18구)에서 낙선한 뒤 중복 입후보한 비례대표 선거를 통해 가까스로 의원직을 이어가게 됐다. 민주당 정권의 숨은 실력자로 불리며 조선왕실의궤 반환 등을 주도한 센고쿠 요시토 전 관방장관은 6선 도전에 실패했다. 일본 보수우익의 준동 속에서도 과거사 문제에서 철저한 반성 입장을 취해온 사민당은 중의원 의석이 기존 5석에서 2석으로 줄어들며 당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처지에 몰렸다.

다만 민주당 정권 외무상을 지내며 한·일 관계 개선에 주력했던 오카다 가쓰야 부총리와 마에하라 세이지 국가전략상이 민주당 몰락 속에서도 승리를 거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온 공명당의 약진도 눈에 띈다. 공명당은 의석수를 기존 21석에서 31석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공명당은 ‘한·일 관계 발전’을 당론으로 내걸고 있고, 재일동포 지방선거권 부여 문제에도 찬성해왔다. 공명당은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아베 신조 내각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우경화 정책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94석을 차지한 자민당과의 의석 차이가 워낙 커 연립정권 내 발언권이 미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몰락과 함께 민주당 소속 현직 각료 역시 대거 고배를 마셨다. 총선 출마 각료 12명 중 생환한 인사는 4명에 불과했다. 현직 각료 8명 낙선 기록은 기존 3명(1976년, 83년)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의 낙선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17일 표현했다. 정권 실세로 꼽히는 현직 관방장관이 낙선한 것은 1947년 장관직 신설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다나카 마키코 문부과학상과 조지마 고리키 재무상, 다루토코 신지 총무상, 나카즈카 가즈히로 금융상 등도 줄줄이 쓴잔을 마셨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