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자민 압승 이후] 집단 자위권 발동·평화헌법 손 댈 땐 동북아 분쟁 불씨
입력 2012-12-17 22:18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이끄는 자민당이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기록적인 대승을 거두면서 차기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발동과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할지 주변국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베 총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단계적 헌법 개정에 대한 분명한 구상을 내놨지만 일본 언론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재는 헌법 개정과 관련, “헌법 96조를 바꾸기 위해 우선 참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개헌 요건을 명시한 일본 헌법 96조는 헌법 개정을 위해선 중·참의원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발의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각각 294석과 31석을 얻어 헌법 개정 발의가 가능한 320석을 훌쩍 넘었다. 다만 참의원(전체 242석)에서는 여전히 자민당(83석)과 공명당(19석) 의석을 합쳐도 과반수에 못 미친다. 따라서 개헌안 발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일본 보수파의 분위기다. 즉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 동의에서 과반수 정도로 완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헌법 9조(평화헌법) 개정을 위해선 먼저 개헌 발의 요건을 명시한 헌법 96조가 바뀌어야 하고, 이에 앞서 참의원 장악도 필요하다는 게 아베의 구상이다.
문제는 연립정부를 구성키로 한 공명당이 헌법 9조 개정과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집단적 자위권’이 포함된 국가안전기본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베의 자민당은 당분간 공명당과의 경제정책 협력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8일부터 시작되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정권 협의에서 주로 사회보장과 세금개혁 같은 경제정책 대책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민당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개헌 발의가 가능해지면 헌법 96조 개정을 위해 일본유신회나 다함께당과 함께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단계적인 평화헌법 개정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언론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자민당이 압승하긴 했지만 정당지지율이 20%에 불과하다”며 “헌법 개정,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같은 공약이 일본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유신회를 포함해 중의원에서 개헌파가 세력을 확보했다고 해서 졸속으로 개헌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