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 ‘막판 돌발변수’ 파괴력은…

입력 2012-12-17 19:05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의혹, 불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 사무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본부장의 중도층 투표 폄훼 발언,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의 노인 투표 폄훼 논란…. 18대 대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크고 작은 돌발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에서 막판 돌발 변수는 ‘찻잔 속 태풍’일 수도, ‘결정적 한방’일 수도, ‘역풍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1992년 14대 대선을 사흘 앞두고 터진 ‘초원 복집 사건’은 막판 돌발 변수로 자주 언급된다.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시장 등 지역기관장들과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당시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는 녹음테이프가 공개됐다. 국민당 정주영 후보 측이 테이프를 공개하면서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지만 오히려 김 후보 지지층인 영남표의 결집을 가져왔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는 투표일을 두 시간도 남기지 않은 12월 18일 밤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 노 후보가 유세 중 ‘차기 대통령은 정몽준’이란 피켓을 보고 “너무 속도위반하지 말라”고 한 게 도화선이었다. 정 대표의 지지 철회에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젊은층의 투표 운동이 벌어져 노 후보 지지층 결집은 극대화됐다.

2007년에는 대선을 사흘 앞두고 ‘광운대 BBK 동영상’이 공개됐다. 선거기간 내내 BBK 실소유주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됐던 터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2000년 광운대 특강에서 직접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경쟁자였던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은 동영상이 공개된 후 이 후보 사퇴까지 촉구하며 거세게 공격했지만 이미 이 후보로 쏠린 표심을 뒤집지 못했다. 이 밖에도 1987년 13대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 15일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가 국내로 압송돼 안보 불안을 부각시킨 것도 대표적 막판 돌발 변수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국정원 댓글,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사퇴 등의 변수가 있지만 보수-진보 두 진영의 결집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상황이어서 판세를 완전히 뒤바꿀 만큼의 파괴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신율 명지대 교수는 17일 “NLL 이슈처럼 대선 기간 내내 공방을 주고받은 사안의 경우 대화록 공개 여부에 따라 중도층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