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입 수사 논란] 논란 부른 한밤 수사발표… (1) 왜 서둘러 발표, (2) 누가 결정했나
입력 2012-12-17 22:21
경찰이 16일 밤늦게 “국정원 여직원 김모(28)씨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후보나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시점이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 직후인 오후 11시였던 데다 당초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던 예상을 뒤집은 기습적 발표였기 때문이다. 또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만으로 김씨가 대선 후보에 대한 댓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서둘러 발표한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7일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이고,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가지고 있는 게 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해 결과가 나오자마자 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 밤 급히 보도자료를 낸 것은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보안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급하게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만큼 수사가 충분히 돼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전문 증거분석관 10명이 사흘간 컴퓨터에 남아 있는 김씨의 모든 흔적을 복구, 분석했다”며 “이후 하드디스크에 4개의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한 뒤 거기서 나온 아이디와 닉네임 40개를 다시 검색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의 컴퓨터 2대에서 임의 또는 자동으로 삭제됐던 31만여건의 접속기록을 복구하고 분석한 결과 관련 혐의점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은 압수영장이 필요한 IP 추적이나 포털 사이트 로그 기록은 분석하지 못했다. 김씨가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제출을 거부한 상태여서 다른 경로로 댓글을 달았거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밤중에 누가 이런 보도자료를 내도록 지시했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은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주도했고, 서울청과 협의했다”며 “수사 결과로 대선에 개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수사 결과가 빨리 발표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수서서장의 의견을 물어 협의 후 결정했지만 결정에 대해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