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불감증이 부른 울산 작업선 전복 사고
입력 2012-12-17 18:35
울산 앞바다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방파제 축조공사 작업선 석정36호의 전복 사고는 여러 면에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선령(船齡)이 오래된 작업선의 구조를 임의로 변경한 의혹이 있고, 우려되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전복 사고로 12명이 사망·실종된 것은 실로 안타깝고 어처구니가 없다.
전복 사고를 수사 중인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작업선은 지난 4월 3개이던 철제 원통형 콘크리트 타설 장비를 5개로 늘렸다. 작업 속도를 높이려고 개당 무게가 500t인 타설 장비 2개를 추가로 설치한 것이다. 2600t급인 작업선 하중의 46.2%에 해당하는 장비들을 무분별하게 증설한 것은 선박의 안전성을 무시한 처사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박 하중을 고려하지 않고 무거운 장비들을 증설할 경우 선박이 중심을 잡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석정36호처럼 무동력 작업선은 임의로 구조 변경을 해도 처벌한 법규가 없다는 점이다.
피항을 준비하기 위해 닻을 올리는 과정에서도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타설 장비 무게를 고려해 작업선 선수·선미 쪽에 있는 5개의 닻을 교대로 올려야 하는데도 선수 쪽 닻 2개를 먼저 끌어올리는 바람에 작업선이 너울성 파도에 균형을 잃고 전복됐다는 것이다. 전복 사고가 발생하기 7시간 전부터 해경은 기상 악화를 이유로 피항 명령을 내렸으나 작업선은 즉각 피항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꾸물거리다 사고 직전에야 피항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해경 지시에 순순히 따랐더라면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해경은 공사업체인 석정개발과 작업선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원인 등을 면밀히 조사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 정부는 선박안전법이나 건설기술관리법 등을 개정해 무동력 작업선이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것을 서둘러 막을 필요가 있다. 관계 당국은 실종자 수색 및 기름 제거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