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미국 수정헌법 2조
입력 2012-12-17 19:23
“규율이 있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무기 휴대의 권리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2조다. 1776년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독립한 미국은 2년 뒤 헌법을 선포했지만 연방정부가 영국군과 마찬가지로 주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권리장전으로 불리는 수정헌법은 헌법 제정 이후 국민의 기본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제정됐다.
수정헌법 1조는 종교·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선언한 조항이다. 그런데 2조에 국민 개개인이 무장할 권리를 명시했으니 당시 미국인들이 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공권력이 힘을 쓰지 못하고 ‘황야의 무법자’가 횡행하던 서부개척 시대를 거치면서 이는 미국인들에게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조항으로 각인됐다.
현재 미국의 개인 소유 총기는 2억7000만정에 달한다. 한 사람이 한 자루씩 가지고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인구 3억1300만명 중 86%에 해당된다. 총을 사는 것도 아주 쉽다. 18세가 되면 누구나 사냥용 총을 살 수 있다. 주로 범죄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권총은 21세가 돼야 구입할 수 있다. 그나마 나이제한은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직후 총기규제법이 제정됐기에 가능해졌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미수를 계기로 좀 더 진전된 총기규제법(브래디법)이 만들어졌지만 총기 구입 전에 전과, 마약중독, 정신병 여부를 조회한다는 내용이 규제의 전부다.
미국에서는 매일 80명씩, 연간 3만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슷하다.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내 총기 사건도 계속되고 있다.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동 사건으로는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숨졌다. 2007년에는 버지니아공대에서 재미교포 조승희씨가 권총을 난사해 32명이 사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직후 애도성명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총기 규제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을 하겠다”고 했다. 6∼7세 어린이 20명과 이들을 보호하려던 교사 6명이 영문도 모른 채 총에 맞아 숨진 사건 직후여서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다. 건국이념으로 국민의 무장할 권리를 선포한 나라에서 과연 얼마만큼 효과적인 규제가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