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이상 예비엄마 임신중독증 주의보!… 출산 나이 낮추고 산전관리 필요

입력 2012-12-17 18:00


오모(36)씨는 얼마 전 임신 32주 만에 1시간 간격으로 딸 쌍둥이를 가까스로 분만했다. 만삭 출산을 8주나 앞둔 조산이었다. 아기들도 1.6㎏ 내외의 저체중아로, 한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 이상한 조짐은 임신 28주차에 들어서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리가 붓고, 상복부 통증이 심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방문, 산전 외래 진찰을 받거나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임신중독 증상이 분명했다. 그러나 오씨가 정작 임신중독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뒤였다. 임신중독에 의한 상복부 통증을 담낭 결석 때문일 것으로 오인한 탓이다. 병원 관계자들과 오씨 가족들은 조기 분만 결정이 자칫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전신 경련 발작을 일으키는 ‘자간증(子癎症)’으로 발전, 태아나 임신부의 생명이 모두 위태로울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혼을 늦게 하는 사회 풍조와 더불어 산모로선 고령인 35세 이후 첫 임신 및 분만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임신중독증으로 고통을 겪는 임신부들도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5세 이상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되면 기형아 출산, 유산, 사산 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임신중독 증상과 치료=임신중독증이란 한마디로 임신과 동반해 고혈압, 단백뇨(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와 거품이 생기는 것), 부종(조직 사이에 조직액이 고여 몸이 붓는 증상으로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가서 잘 회복되지 않는 것) 등이 나타나는 병을 가리킨다. 모성 사망의 3대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분만 외엔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이영 교수는 “임신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임신 상태를 끝내지 않으면 중독 증상이 사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까지 위험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단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게 되면 임신 주수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뿐만 아니라 임신부가 겪는 증상에 따라 제왕절개 출산을 할 것인지, 자연 분만을 도모할 것인지 등 적정 분만 시기 및 방법에 대해 의사와 적극적으로 상담할 필요가 있다.

임신중독증이 발생하는 시기는 보통 임신 3분기(임신 28주) 이후다. 이 시기에 혈압이 140/90㎜Hg 이상으로 올라가면 임신중독증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바짝 경계해야 한다.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중독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이기 때문이다.

임신중독증에 빠지게 되면 일단 혈압 조절이 잘 안돼 임신성 고혈압과 혈관 수축에 의한 허혈성 신장 증후군을 합병, 콩팥기능이 떨어지면서 단백뇨와 함께 몸이 붓고, 눈이 침침해지며, 상복부와 머리까지 아픈 통증을 겪게 된다. 단백뇨는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단백질이 몸속에서 제대로 분해 되지 않고 그대로 소변 속에 섞여 배출되는 증상이다. 맨눈으로는 배뇨 시 소변에 거품이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첫 출산 연령 낮추는 게 가장 중요=임신중독증은 30세 이하 젊은 임신부보다는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에게, 정상적 부부관계에 의한 단태(외둥이) 임신보다는 시험관아기 프로그램에 의한 쌍태(쌍둥이) 임신 시 많이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분만 여성 1000명당 임신중독증 환자 수는 30∼34세군 4.5명, 35∼39세군 7.6명, 40∼44세군 9.1명 등으로 35세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또 제일병원 주산기센터 안현경 교수팀이 지난해 출산한 산모 6560명의 주산기를 추적 조사한 결과를 보면 35세 이상 여성이 특히 쌍태임신을 한 경우 6.3%가 자궁중독증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단태임신(1.4%)의 경우보다 5배 정도 높은 발생빈도다. 주산기란 임신 29주에서 출산 후 1주까지의 분만 직전 및 직후 기간을 말한다.

중독 증상이 심할 때는 일단 임신부를 병원에 입원시켜 안정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신 경련 발작 및 조산 예방을 위해 정상 혈압을 유지시키고,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영 교수는 “임신부가 중독 증상을 보일 경우 혈압상승에 의한 콩팥 등의 손상을 경계하면서 임신부와 태아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는 지체하지 말고 조기 분만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