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스노보드, 부상없이 즐기려면… 자만은 금물, 잘 넘어지는 기술을 배워라

입력 2012-12-17 18:02


박모(26·여)씨는 스노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손목뼈 골절상을 입었고, 장모(41·여)씨는 스키를 타다 스키장 펜스와 충돌해 갈비뼈, 복장뼈(흉골) 및 등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다. 정모(11)군은 스키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고글이 깨지는 바람에 얼굴을 크게 다쳤고, 이모(22·여)씨는 리프트에 뒤통수가 부딪치는 사고로 뇌진탕을 당했다.

스키장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본격적인 스키 시즌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스키장을 찾으면서 ‘스키 부상자’들도 덩달아 증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스키 부상 발생 현황과 올바른 대처법을 소개한다.

◇부상자 10명 중 6∼7명은 20∼30대 젊은이=올겨울은 때 이른 추위와 함께 눈도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내내 겨울 시즌이 오기만을 기다린 스키어들과 보더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맹추위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들뜬 마음으로 주말마다 스키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초보자의 경우 들뜬 마음만으로 스키장을 간다면 위험하다. 일단 다치지 않고 잘 넘어지는 법부터 배우고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게 순서다. 넘어지거나 일어서는 방법 등 기본 실력이 없다면 스키와 스노보드는 정말로 부상 위험이 큰 운동이 될 수 있다. 스키장 부상은 대체로 찰과상 정도의 가벼운 편이지만 때때로 골절상과 인대 파열, 뇌진탕 등 큰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고는 혈기왕성한 20, 30대 젊은이들에게 빈발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스키 시즌을 맞아 2009년 1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3시즌 동안 발생한 스키장 안전사고 1058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대가 42.4%로 가장 많고 30대가 23.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전체 스키장 부상자 중 65.8%가 20, 30대 연령층이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고 경위는 슬로프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경우가 78.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용객들과 부딪치거나 안전 펜스 등 시설물과 충돌하는 경우가 15.4%였다. 이로 인한 부상은 팔다리 및 척추 골절상(39.9%)이 가장 많았고, 이어 타박상 및 찰과상(21.6%), 손목과 발목 삠(12.8%), 베인 상처 및 열상(10.3%), 뇌진탕(6.7%) 순으로 집계됐다.

◇스노보드 타다 넘어질 때 손목 부상 주의=최근 몇 해 동안 동호인이 급증한 스노보드는 스키처럼 폴을 사용하지 않고 팔과 상체를 이용해 중심을 잡기 때문에 넘어질 때 손으로 땅을 짚어 손목을 다치기 쉽다. 인대나 힘줄에 갑자기 강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손목 염좌’가 그중 가장 흔하다.

이렇게 손목을 삐게 되면 손목이 붓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큰거림이 더해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심해진다. 부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찜질이나 파스 등의 간단한 처치만으로 호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뼈가 어긋나거나 부러진 경우엔 통증과 부종 상태가 악화되고, 인대도 끊어지기 일쑤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때는 즉시 뼈 접합 및 교정 수술을 받아야 한다.

보드를 타는 사람들은 과욕으로 자기 실력에 맞지 않는 고공점프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착지 과정에서 잘못 떨어져 고관절 및 골반, 척추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속칭 ‘점퍼 골절’이라고 하는 경우다. 특히 고관절이나 요추 부위 골절상이 심할 때는 신경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되기도 한다.

◇무릎에서 ‘뚝’ 소리 날 땐 십자인대파열 의심=무릎관절 부위의 십자인대파열도 조심해야 한다. 십자인대란 무릎 관절 안팎에 위치한 4개의 인대 중 무릎 안에서 X자 모양으로 관절을 지탱해 주는 인대다. 무릎 속에서 종아리뼈가 앞으로 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등 무릎의 안정성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리한 활강으로 잘못 넘어져 무릎이 꺾이면서 이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무릎 속에 피가 고이게 되고, 그 부위가 부으며 관절이 불안정해진다. 무릎을 굽힐 때 극심한 통증도 느끼게 된다. 활강 중 무릎에서 ‘뚝’ 또는 ‘툭’ 하는 파열음이 들리거나 심한 통증과 함께 무릎이 빠지는 느낌이 들면 십자인대 손상 가능성을 의심, 곧바로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서울 정동병원 김창우 원장은 “가벼운 외상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 보행장애를 겪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자외선 노출 때 자칫 실명 야기할 수 있어=겨울철 스키장은 도심지보다 자외선 강도가 배나 세다. 햇빛의 약 80%가 하얀 설원에 의해 그대로 반사되기 때문. 오죽하면 스키장에서의 자외선은 한여름의 태양 볕보다 강렬하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이런 눈밭에서 오랜 시간 야외활동을 즐기다가 얻기 쉬운 병이 ‘설맹증’이다. 눈에 반사되는 자외선으로 각막이 화상을 입어 손상되는 병이다. 고글, 선글라스 등 보장구 없이 장시간 스키 또는 스노보드를 즐기다가 얻기 쉽다. 특히 라식과 라섹 같은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이들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심한 자외선 노출로 인해 검은 동자가 혼탁해지면서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원장은 “라식, 라섹 수술을 받고 나서 스키장에 갈 때는 먼저 안과를 방문, 자외선 차단 렌즈 처방을 받아 스키장에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스키를 탈 때 자외선 반사에 의한 각막 화상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고글이나 선글라스 착용이 권장된다. 또 얼굴에 자외선차단크림을 2시간 간격으로 충분히 덧바르는 것이 좋다. 아울러 안전을 위해 50분 정도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긴 다음에는 10분가량 쉬도록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