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V토론과 ‘이정희 사퇴’ 변수 해소된 18대 대선

입력 2012-12-17 01:17

유권자들의 현명하고 냉정한 결정만 남았다

제18대 대선 투표일을 사흘 앞둔 16일 두 가지 변수가 해소됐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제3차 TV토론으로 대선 후보 간 토론 일정이 끝난 것이 하나이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이 다른 하나다.

이 후보 사퇴로 이날 토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양자 대결로 치러졌다. 이 후보의 돌발적인 발언과 태도로 흐름이 종종 끊긴 1, 2차 토론과 비교할 때 3차 토론은 질문과 재질문, 자유토론으로 진행됐음에도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됐다. 반값등록금 문제를 놓고 박 후보가 노무현 정부 때 등록금이 폭등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문 후보가 현 정부가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자는 민주당 요구를 묵살했다고 맞서는 등 이따금 날선 공방이 이어졌지만 상대 후보에 대한 극단적인 네거티브는 없었다.

두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면서 강조한 대목은 기존 주장과 엇비슷했다. 박 후보는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이루겠다면서 중산층 복원과 국민 행복에 국정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미 지지 후보를 정한 유권자들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을 테지만, 부동층에게는 마지막 토론이 두 후보의 정책과 식견을 비교·검토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와중에 통진당 이 후보가 중도하차함으로써 대선 전망은 한층 예측하기 힘든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사퇴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문 후보를 돕기 위해 물러났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후보 뜻대로 표심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그가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수차례 밝혀 결국 문 후보를 위해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 불확실하다. 그가 명시적으로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언급하지 않은 점도 아리송하다. 통진당이 보여 온 종북 성향으로 인해 문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이 후보 사퇴는 정권교체라는 국민 염원을 무겁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논평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종북 온상인 통진당과 손을 잡더니 이번에도 판세가 불리해지자 또다시 종북 세력과 손을 잡으려 한다”고 비난하며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모습이다. 때문에 판세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치권은 소위 ‘먹튀 방지법’을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한다. 대선에 후보를 내 국고보조금 명목으로 27억원의 세금을 받아간 통진당은 이 후보 사퇴에도 이를 반환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를 검증하는 데 27억원이면 너무 값싼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불법 정치자금 모금을 막고 소수 정당의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