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민당 재집권 이후 우려되는 일본의 逆주행

입력 2012-12-16 19:42

일본의 역(逆)주행이 다시금 본격화될 모양이다. 16일 치러진 제46회 일본 중의원 총선거는 집권 민주당의 참패, 극우보수를 표방하는 제1야당 자민당의 압승으로 귀결됐다. 민주당은 2009년 8월 총선에서 자민당을 꺾고 정권교체를 이뤘으나 공약 불이행 등에 따른 신뢰상실과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관리능력·리더십 부재를 노정시키면서 3년여 만에 자민당에 다시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지난달 21일 자민당이 내놓은 선거공약은 가위 충격적인 것이었다. 공약집에는 일본국헌법 9조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및 군비강화를 비롯해 근린제국조항 폐기를 포함한 역사교과서 개정과 더불어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시인한 ‘고노 담화’(1993)와 전전의 식민지지배에 대한 사과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1995) 폐기, 초강경 영토정책 등이 담겨져 있다.

자기 나라 정부가 충분한 조사와 오랜 내부 논의 끝에 수용하여 발표했던 공식 담화까지 부인하면서 그들이 추구하겠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자민당은 스스로 이번 총선의 슬로건으로 ‘일본을 되찾겠다’고 천명했다. 군사력으로 이웃나라를 호령하고 강제로 침략과 지배를 일삼던 강한 일본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도라면 이는 그야말로 난센스다. 그것은 21세기를 거스르는 역주행일 뿐이다.

특히 일본국헌법은 전후 일본의 행보가 과거사 반성과 관련해 미흡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쟁 포기와 비무장 선언을 담은 9조 덕분에 평화헌법이라고 높이 평가돼 왔다. 1947년 헌법이 공포된 이후 보수우익들의 끈질긴 헌법 개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60여년이나 지켜져 왔는데 이제 9조의 존립조차 위태롭기 짝이 없다.

헌법 개정을 위한 기본조건인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의 발의를 얻자면 당장 정권을 탈환한 자민당은 내년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기 위해 온갖 포퓰리즘을 동원해 표 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의 제한 없는 양적완화와 대대적인 공공사업 지출을 펼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와 함께 그간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가 거듭 확인되면서 기댈 곳 없는 일본의 유권자들이 집권 여당보다 차안으로 제1야당을 지지한 것을 뭐라 탓할 수는 없다. 일본이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무슨 선택을 하느냐는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이웃나라와 갈등을 증폭시키고 역내의 공동이익을 훼손한다면 그저 잠자코 바라볼 수만은 없다.

우리도 그에 상응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19일 대선의 승자는 일본의 역주행 가능성을 직시해 단호하되 지혜롭게 우리의 주장을 분명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