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권 한탕주의라도 정부는 좋아하나

입력 2012-12-16 19:39

불황인데도 없어 못 팔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있다. 복권산업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복권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복권 총 판매액은 2조9129억원에 달했다. 사감위가 권고한 올해 매출총량 한도를 376억원 넘었다고 한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정부가 설정한 한도를 초과했다.

3분기 총저축률이 3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는데 복권산업 등 사행산업만 번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어렵다보니 누구나 한탕주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요행만 바라는 것은 가계경제 파탄은 물론 저축→투자→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경제선순환 구조를 흔들어 국가경제에 해를 끼칠 뿐이다.

복권 과열을 방조하는 정부도 문제다. 복권위는 최근 올해 복권 매출총량 한도를 3556억원 증액할 것을 요청했다가 사감위로부터 퇴짜 맞았다. 이미 매출액이 한도에 육박한 데다 갑자기 복권 판매를 중단하면 소비자들이 반발한다는 게 복권위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부 속내는 한 푼의 예산이 아쉬운 상황에서 복권 판매액의 42%에 달하는 재정수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것도 조세저항 없이 손쉽게 걷을 수 있는 돈이니 정부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수입원이 없다.

복권기금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재정보완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을 한탕주의로 내모는 것은 직무유기다. 복권·경마·경륜·카지노·체육진흥투표권·경정 등 6대 사행산업 매출은 2000년 6조원대에서 올해 20조원대로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0.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58%보다 높은 것은 물론 가입국 중 6번째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경마나 카지노보다 중독자 비율이 낮다고 복권의 매출총량제를 폐지하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복권 소비자가 다른 사행산업에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사행성과 중독성을 가진 복권의 역기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