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작업선 전복 사고 수사… 공기 맞추려 타설장비 증축 ‘예견된 人災’
입력 2012-12-16 19:28
울산 앞바다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작업선 전복사고는 시공사의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울산해양경찰서는 16일 사고 작업선 석정36호의 불법 구조변경과 안전사고 등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전복된 작업선은 높이 80∼86m, 폭 30m의 철제 원통형 콘크리트 타설장비 5개를 탑재한 항타선(DCM)이다. 이 타설장비는 원래 3개였으나 지난 4월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작업선 양쪽 가장자리에 1개씩이 추가됐다. 추가된 장비 1대의 무게는 500t으로 모두 1000t이어서 2600t급인 작업선의 하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공사 발주처인 울산지방항만공사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작업선 현장소장과 방파제 공사업체인 석정개발 관계자를 불러 추가 설치한 타설장비와 기상의 관계, 타설장비의 불법 설치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공사 측은 사고 발생까지 7시간여의 여유가 있었는데도 선박 피항 전 근로자와 선원부터 먼저 대피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업선 예인 준비를 하면서 선이 작업선 선수 쪽과 선미 쪽의 닻 5개를 차례로 1개씩 제거했더라면 배가 전복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는 14일 오후 7시10분쯤 울산시 용연동 앞 해상 울산신항 북방파제 3공구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신항만에서 작업을 마친 근로자 24명이 육지행 예인선을 타려고 작업선에 잠시 옮겨 탄 순간 대형 장비가 넘어지면서 배가 뒤집혔다.
작업선은 전복되기 7시간 전인 14일 낮 12시쯤부터 기상이 악화되자 피항을 준비했다. 해저에 박힌 닻 5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예인선을 불러 닻을 빼내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선수 쪽 닻 2개를 끌어올린 예인선이 고장 났고, 높이 2∼3m 파도에 작업선이 복원력을 잃고 계속 크게 흔들렸다. 이 바람에 원통형 철제빔의 중간 부분이 부러지면서 선원들이 몰려 있던 조타실을 덮쳐 배가 전복됐다.
숨진 근로자 김남순(49)씨 유족은 “시공사가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맞추려다가 희생자가 늘었다”면서 “해경과 해양항만공사가 사고 7시간 전에 이미 피항 명령을 내렸는데도 회사 측이 이를 어기고 꾸물거렸다”고 주장했다.
해경은 사흘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실종자 5명의 행방을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근로자 7명이 숨졌다. 실종자 5명 중 견습생으로 배를 탔던 전남 순천의 한 특성화고교 3학년 홍성대(18)군이 포함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망자 및 실종자=△사망 이성희(56) 한성민(34) 박태환(65) 진원오(68) 정찬우(48) 김영자(68·여) 김남순(49) △실종 장기호(32) 민경석(53) 이시복(41) 김재현(48) 홍성대(18)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