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강력한 양적완화” 공언… 수출업계 엔저 비상

입력 2012-12-16 21:27


16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승리함에 따라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좀처럼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으로서는 돈을 푸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미국에 이어 일본도 양적완화를 이어갈 경우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유동성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원·엔 환율 하락으로 우리 수출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자민당 집권 이후 일본의 양적완화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가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평소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해 강력한 금융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무제한적 양적완화’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수하도록 하고, 물가목표를 민주당의 1%보다 높은 2%로 올리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일본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3.5%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태에 빠져드는 상황도 추가 양적완화에 힘을 실어준다. 9~10월 국채 매입에 활용하는 자산매입기금을 70조엔에서 91조엔으로 늘린 일본 중앙은행은 조만간 기금을 추가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정권교체 이후 추가로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구조가 안정적인 우리나라에 글로벌 유동성이 몰리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 해외자금이 몰리면 원화가치가 상승해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원·엔 환율 하락은 최근 1070원대까지 추락한 원·달러 환율과 함께 급격한 환율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지난 10월 이후 100엔당 1400원대를 유지하던 원·엔 환율은 지난 13일 1292.91원을 기록해 1300원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업계도 큰 타격을 입는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등 일본과 세계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들이 많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엔화 약세와 자동차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연간 12%가량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 453억 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출액이 54억 달러 넘게 줄어드는 셈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민당 승리 이후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 민주당보다 양적완화를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면서 “정부가 우리나라로 흘러드는 외환 단기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추가적인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