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이자장사만 했다… 이자수익이 전체 88%

입력 2012-12-16 19:15


올해 국내 은행들의 전체 수익 가운데 90% 가까이가 이자로 얻은 수익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황에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이자 수익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어 내년에는 대형 금융지주의 수익이 1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은행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 수익은 28조8000억원으로 전체 수익(32조7000억원)의 8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전체 수익 36조9000억원 가운데 이자 수익(29조3000억원) 비중이 79%였다. 국내 은행의 이자 수익 편중도가 1년 새 9% 포인트나 커진 것이다. 특히 비이자이익 3조8000억원 가운데 수수료 수익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신탁·유가증권·외환파생·종합금융 관련 사업은 적자 또는 수천억원 수준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은행 수익구조의 이자 쏠림현상은 은행들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이후 새로운 투자사업을 찾지 못한 데다 금융위기에 따른 가계대출 억제책, 각종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악화되자 이자 수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순이자마진은 금융회사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한 운용자산 총액이다.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내년 순익을 올해보다 9.5% 줄어든 7조3164억원으로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금융산업연구실장은 “현재 가계·기업의 대출 수요는 높은 편이지만 경제위기와 새 정부 출범으로 시중은행이 대출을 확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에도 은행의 이자수익 편중도가 극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산업의 안정성을 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