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등학교 총기난사 참변] “총기 잔혹사 이제 그만”… 커지는 규제 목소리

입력 2012-12-16 19:1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사건 몇 시간 뒤인 14일 오후(현지시간) 애도성명 낭독을 몇 번이나 멈춘 채 눈물을 훔쳤다.

그는 “희생된 아동들의 형제, 부모, 조부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 하나가 돼 의미 있는 행동을 할 것”이라며 총기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 심지어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등도 이번만큼은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등학생까지 무자비한 총격으로 희생되면서 ‘총기 소유 권리’를 현재대로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뒷걸음질 해온 미국 내 ‘총기 규제’ 여론의 물꼬를 틀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번 총격 참사 사건을 전후한 14∼15일만 해도 오바마의 성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 전역에서 크고 작은 총격 사건이 잇따랐다. 15일 오클라호마의 한 고교생은 학내에서 총기와 폭탄 등을 동원한 학살극을 모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앨라배마주 버밍엄에서는 같은 날 한 남성이 병원에서 총을 쏴 경찰관 1명과 직원 2명이 부상했다. 이날 앨라배마주 헤플린의 이동주택 단지에서는 남성 3명이 AK-47 소총을 맞고 사망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14일 저녁 한 남성이 호텔 카지노 입구 부근에서 호텔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하는 여성에게 총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의 연간 총기 피살자 수가 지난해에만 1만1127명으로 일본 39명, 호주 65명, 영국 68명, 캐나다 165명, 프랑스 255명, 독일 381명 등과 비교할 때 서부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총격 만행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총격 참사로 충격을 받은 국민과 정치권에서 총기 규제 강화 여론이 일었으나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됐다. 우선 규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1999년 컬럼바인 고교 난사사건 당시에 규제 강화 찬성 여론이 반대를 2대 1로 압도했다. 그러나 그 이후 여론의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선 현재대로 시행 또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사람이 55%로 강화론자(43%)보다 더 많았다.

규제 반대론자들은 총기 소유와 스스로를 지킬 권리는 건국 이래 지켜져 온 헌법적 권리이자 기본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자동차 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만 자동차 소유를 금하지 않듯이 총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와 공화당이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민주당마저 정치적 계산을 하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