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위급시 집주인 거부해도 강제 진입… 범죄 흔적 발견땐 영장 없이 압수수색 가능
입력 2012-12-16 19:05
집주인이 거부하더라도 경찰이 강제로 집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급상황 시 가택 출입·확인 경찰활동 지침’을 전국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다고 16일 밝혔다. ‘오원춘 사건’ 등 강제 현장조사를 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이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살인과 강도, 강간 등 형벌이 무거울 경우, 무기 소지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속하게 출입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용의자가 현장에 있다고 믿을 만한 강한 근거가 있는 경우 등에는 경찰이 긴급 출입을 할 수 있다. 112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도 명백한 허위신고가 아닌 이상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할 만한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긴급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경찰이 집 안에 들어갔을 때 범죄 흔적이 발견될 경우에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나 검증, 피의자 수사도 가능하도록 했다.
경찰은 다만 경찰권 남용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 설명과 동의를 먼저 구하고 필요한 범위에서만 강제 진입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또 경찰 신분증을 먼저 제시하고 가급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이웃주민 등과 함께 가택에 진입하도록 했다.
경찰은 당초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해 긴급출입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법무부 반대로 무산되자 이 같은 지침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헌법에 규정된 주거의 자유를 법률이 아닌 지침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 적용과정에서 공권력의 오·남용으로 인해 개인 사생활이나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신체의 자유나 주거 안정권이 침해됐을 때의 피해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심하다”며 “현장 판단만으로 이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