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하느라 취업 경쟁 뒤져… 대학생도 빈부 대물림

입력 2012-12-16 19:05


서울 H대학교 화학과에 다니는 서모(25)씨는 현재 한 학기를 남겨놓고 휴학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군의 평균 학점은 4.5점 만점의 3.2점으로 비교적 낮은 편. 토익점수는 700점대다. 서군은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성적은 떨어지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멀어졌다”며 “원하는 회사에 지원하고 싶어도 낮은 학점과 토익점수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씨처럼 학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은 그런 부담이 없는 학생에 비해 취업 후 기대임금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스펙’을 쌓지 못해 취업 경쟁에서도 불리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따라서 대학생활 후에도 부모의 부와 가난이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최근 ‘가구소득과 대학생의 노동시장 이행 준비와의 관계: 가난이 학점 경쟁에 영향을 주는가?’란 보고서를 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국교육고용패널’ 1∼7차 연도 자료와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의 2007∼2009년 대졸자 1000명 조사 자료를 토대로 아르바이트 참여 여부와 시간, 학점, 기대임금과 가구 소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참여율이 높았다. 가구소득이 하위 25%에 속하는 학생들 중 23.5%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가구소득 상위 25% 이상 학생은 17.2%만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주당 평균 아르바이트 시간도 소득 하위 25%에 속하는 학생의 평균 아르바이트 시간은 8.4시간, 상위 25% 학생은 4.9시간에 그쳤다.

또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취업 후 기대임금도 함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 중 가구소득 상위 25%에 속하는 학생과 하위 25%에 포함된 학생의 기대임금 격차는 6.0%였다. 반면 지방 소재 대학생들의 기대임금은 큰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서울 소재 대학생들은 수도권·지방 소재 국공립대학생에 비해 스펙경쟁이 치열해 아르바이트를 하면 성적이 떨어지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양정승 연구원은 “가난한 집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성적이 떨어지고 장학금을 못 받아 다시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하는 악순환 구조가 있는 셈”이라며 “현재 성적 위주로 지원되는 장학금 지급 기준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