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 자민 압승] 외할아버지가 A급 전범용의자… 아베, 5년 만에 총리 복귀
입력 2012-12-16 18:55
차기 일본 총리를 예약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는 외무상을, 할아버지 아베 간(安倍寬)은 중의원 의원을 지냈다. 아베는 친한파로 알려진 아버지나 청렴형 온건파였던 친할아버지보다 극우파였던 외할아버지를 더 닮았다.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외조부다.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 출신으로 A급 전범용의자로 복역한 인물이다.
아베에겐 2006년 9월 제90대 총리로 선출될 당시 전후 출생한 최초의 총리이자 전후 최연소 총리라는 수식어가 따랐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역량보다 집안의 후광 덕을 더 봤다. 정계입문 과정부터 전형적인 ‘세습’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세이케이대학 졸업과 미국 유학 이후 3년간 회사원 생활을 했던 그는 1982년 당시 외무상이었던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발탁된다. 각국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후계자 수업을 받던 아베는 1991년 총리가 유력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지역구를 물려받았고, 1993년 중의원에 입성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최측근 참모로 관방 부장관 등을 지내던 2002년 고이즈미의 북한 방문을 수행하며 일본인 납치문제 협상에서 강경론을 고수했다. 이를 계기로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2006년 9월 자민당 총재와 총리에 취임한 아베는 한 달 뒤 북한 핵실험 등을 빌미로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키는 등 군국주의 야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각료들의 연이은 스캔들로 참의원 선거 참패를 맛본 그는 ‘테러특별조치법’ 재연장 불발과 위장병을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아베는 간사장 시절 ‘떡값’과 ‘얼음값(파벌의 영수가 소속 의원에게 지급하는 활동자금)’을 폐지하고 후보자 공모제를 일부 도입하는 등 일련의 정치 쇄신을 추구했지만, 기본적으로 파벌 정치의 최대 수혜자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부인 아키에 여사는 열렬한 한류팬으로 최근 독도 문제 이후에 한국 드라마 시청과 한국어 공부를 중단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