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 자민 압승] 日 우경화 가속 불 보듯… 한·일관계 더 벌어지나
입력 2012-12-16 21:22
극우 보수 강경파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이끄는 자민당의 16일 일본 총선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일본의 우경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의 재무장과 영유권 강화 등 과격한 대외 행보를 보여준 아베가 총리직에 오르면 한국은 물론 다른 주변국과의 갈등 수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이 발표한 ‘일본을 되찾는다’는 제목의 총선 공약은 아베의 보수 강경 색채가 뚜렷이 드러난다. 자민당은 집권할 경우 헌법 해석을 바꿔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자위대를 군대(국방군)로 재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 헌법초안도 제시했다. 아베 총재는 “(헌법을 개정하기 쉽도록 개헌안 발의 요건을 규정한) 헌법 96조를 개정하겠다”고 말해왔다. 특히 영해침범죄를 신설할 것이라는 그의 최근 발언은 인근 국가들을 한층 자극시킬 것이 분명하다.
영유권 강화 움직임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자민당은 우선 시마네현이 매년 2월 22일 실시해왔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정부 차원의 공식행사로 격상해 실시하기로 했다. 또 영토문제와 관련한 역사·학술 조사연구 기관을 설치하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실효 지배 강화를 위해 공무원 상주와 주변 어업환경 정비를 검토할 방침이다.
과거사 역시 마찬가지다. 아베는 지난 8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를 부인하며 수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시 강행할 태세다. 이처럼 공격적인 자민당의 외교안보 정책은 한국은 물론 중국 등 과거 군국주의 일본에 침탈당한 역사가 있는 다른 나라들에도 일본 재무장 우려를 한층 증폭시킬 전망이다.
결국 19일 치러지는 우리나라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아베를 상대로 한 대일 외교는 지금보다 공허한 울림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만약 총선 이후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문제를 단독 제소하거나 고노 담화 폐기 등의 돌발 행동에 나설 경우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그나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현 상황이 양국 관계 악화를 막는 유일한 버팀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사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며 “몇 달간 조용했던 양국 간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혁상 이성규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