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서 시작된 인연, 우도서 특별한 가족으로… 인간극장 ‘칠레에서 온 내 친구 이레네’

입력 2012-12-16 18:31


인간극장 ‘칠레에서 온 내 친구 이레네’(KBS1·17일 오전 7시50분)

제주의 아름다운 섬 우도. 그 섬마을에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온 여인 이레네(48)가 산다. 그녀의 딸 발렌티나(11)와 소피(9)는 섬마을 초등학교에 다닌다. 이 가족의 한국 거주는 1년째. 그렇다고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다문화 가정도 아니다.

이레네 가족의 우도 정착은 손미경(53)씨 가족과의 인연으로 시작된다. 미경씨는 27년 전 남편과 함께 어린 두 딸을 품에 안고 칠레 이민을 떠났다. 스페인어 사용 국가에 가면서 영어권으로 착각, 영어 사전을 챙겨갈 정도로 무작정 떠난 이민이었다. 당연히 먹고 사는 게 고달팠고 아이들 양육도 힘들었다.

이때 미경씨는 이레네를 가정부이자 유모로 받아들였고 두 딸 김혜정(29)·효정(27)씨는 이레네를 ‘두 번째 엄마’라 부르며 성장했다. 미경씨는 살림을 똑 부러지게 잘 하고, 딸들도 잘 챙기는 이레네를 가족으로 여겼다. 이민 생활 속의 사업은 흥하기도 망하기도 하며 이어갔다. 한데 그 과정에서 미경씨 남편이 덜컥 암에 걸려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더는 버틸 수 없었던 미경씨는 칠레에서의 삶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4년 전 어느 날 친언니가 있는 제주도를 찾은 미경씨는 그곳에서 우도 토박이 남자 고흥범(57)씨를 만나 재혼해 우도에 정착했다. 그러던 중 둘째 딸 효정씨가 칠레로 출장을 다녀와서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이레네가 결혼했던 남편과 헤어지고 두 딸을 데리고 힘겹게 살고 있더라는 것. 즉각 칠레로 전화를 건 미경씨는 이레네에게 “나랑 같이 한국에서 살자”고 말했다. ‘가족의 탄생’이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