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총장님의 인생 2막 ‘밥퍼’, “40여년전 하나님과의 약속이었죠”
입력 2012-12-16 21:27
노숙인 구호단체 수장된 김인환 전 총신대 총장
대학 총장을 지낸 전직 교수가 노숙인 구호단체의 수장이 됐다.
김인환(66·목사) 총신대 전 총장은 15일 서울 중림동 예수사랑선교회(대표 김범곤 목사) 사랑의등대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참좋은 친구들’ 발기인 총회에서 이사장에 선출됐다. 예수사랑선교회는 1992년부터 서울역 지하도, 남산공원, 파고다 공원, 독립문 공원 등 서울 지역 곳곳에서 노숙인에게 무료 급식 지원과 무료 진료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기독교 봉사단체다.
김 이사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2의 인생을 노숙인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여기는 더 이상 높이 오르려 하지 않아도 되고 경쟁자도 없어 평안하다”고 미소 지었다.
김 이사장은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뒤 1982년부터 총신대 구약학 교수로 재직했다. 총신대 신학과장과 교무처장, 총신대보 주간, 부총장 등을 거쳐 2004∼2008년 총장을 지내고 지난해 8월 퇴직했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이미 이곳에 출근해 사단법인 설립을 도운 김 이사장은 “은퇴 후 남을 돕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이 이뤄져 기쁘다”며 “노숙인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신적으로 꿈을 잃은 노숙인에게 복음을 전해 희망을 찾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20년 전 서울역 노숙인을 돌보는 김범곤(62) 목사가 총신대 채플에서 한 사역 소개를 유심히 듣고 학생들과 함께 노숙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섬김과 나눔의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20년 지기가 된 김범곤 목사는 “김 이사장이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은퇴하면 이곳에 오고 싶다’고 말해 설마 했는데 약속을 지켰다”며 “노숙인 사역을 하는 단체로선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총신대 신학과 2학년에 재학하고 있을 때 진로를 놓고 고민하며 기도 중이었지요, 하나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가난하고 약한 자를 위해 살아라. 하나님의 도구로 철저히 준비를 해라’고 말이죠. 그때 감동을 받고 열심히 신학을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하나님이 주신 첫 소명인 총신대 교수 생활을 마치고 40여년 만에 하나님의 명령을 제대로 지키게 되는군요.”
그는 “한국교회가 성장 위주로 치우치다 보니 정작 소외계층을 돌보는 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당한 노숙인으로부터 ‘역시 도움을 주는 곳은 교회밖에 없구나’ 하는 말을 들을 때면 피로가 확 가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교회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많은 노숙인이 국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겉옷 하나 두르고 찾아옵니다. 예수님을 믿는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그들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소중한 관심과 협력을 호소합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