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친구

입력 2012-12-16 18:14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옛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가 많아졌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때 그 친구들 근황이 궁금해지곤 한다. 정작 만나면 별 할 말도 없을 텐데도 어떻게 나이 먹었는지 보고 싶고, 그 목소리 한번 듣고 싶다.

교회 주일학교 유년부 한두 해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을 만났다. 45년 전 친구들이고 떠오르는 기억이라 손꼽을 만한데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엊그제 일처럼 수다를 떨었다. 심지어 여름철 발가벗고 남녀 아이들이 함께 목욕통에서 놀았던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나눌 때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겹기만 하다. 선교사로 헌신한 친구를 위해 주저 없이 지갑을 열고, 삶의 현장에서 애쓰는 모습에 가슴 찡하게 두 손을 모으는 것은 명분이나 목적이 필요 없는 그냥 친구이기 때문이다.

노년에 필요한 다섯 가지가 가족, 친구, 취미, 돈 그리고 건강이라고 한다. 다 가질 수 없겠지만, 그저 궁금해서 전화해 보고 싶고, 그리고 기꺼이 달려와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나이 들면서 동료나 동지는 있어도 친구는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친구는 만드는 게 아니라 세월 한가운데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당신의 종 몇 사람을 친구라 부르시는 것을 보면 친구는 축복임에 틀림없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