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유치원 사태를 보는 싱글의 심정
입력 2012-12-16 19:43
요즘 유치원 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어머니의 지인은 손자의 유치원 입학 원서를 내러 7곳을 돌았다고 한다. 한 친구는 원서를 3곳에 넣었는데 다행히 1곳에 입학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다른 한 분의 직장 후배는 모두 떨어져 결국 비싼 영어 유치원에 보내게 됐다. 대학도 아니고 유치원 보내는 데 원서를 몇 곳에 내고 마음을 졸인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얼마 전 시행한 무상교육 때문이라고 한다. 갑자기 모두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 하니 시설이 모자랄 수밖에.
나이가 나이라 그런지 모임에 가면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꼭 듣게 된다. 가끔은 육아로 편향된 화제에 화날 때도 있다. 이번 유치원 사태도 마찬가지다. 현실감이 떨어진다. 오히려 무상교육을 실시한 정부가 원망스럽다. 사실 싱글에게는 아이 교육보다 노후가 더 심각한 문제다. 지금은 내가 벌어 병원비를 대고 있지만 20여년 후 내가 늙고 병들었을 때는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는 지인 이야기는 싱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수십 년간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낸 세금은 그 두려움을 막아주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유치원 입학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니 씁쓸했다. 그런데 한 이야기를 듣고 멈칫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지인의 딸 반에 한 친구가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가 있으면 지갑을 슬쩍해서 그 아이의 가방에 넣어 도둑질한 것처럼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직은 어려서 바로 들켰지만 이대로 가만두면 언젠가는 들키지 않고 친구를 도둑으로 모함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죄책감 없이 주변사람을 해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주도권을 잡는 미래를 상상하니 섬뜩했다.
노후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기본적으로 병원비, 생활비 등의 걱정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나이 든 그때에도 옆 사람이 넘어지면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며 손을 뻗어 잡아주는 기본적인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교육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가정에서 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2차적으로 유치원과 학교에서 잘 교육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렇게 하려면 유치원을 더 만들고, 교육비를 더 내야 할 것 같다. 정책을 결정하는 여러분들, 세금 더 내지 않고 잘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이게 개인적 바람입니다.
안주연(웨스틴조선 호텔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