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투표하는 당신이 아름답다

입력 2012-12-16 19:40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국민들의 마지막 선택만 남았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았고,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록 사퇴하긴 했지만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등장으로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분출했고, ‘정치혁신’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또 사상 유례 없는 보·혁 양강구도 속에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정치혁신’과 ‘국민통합’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선거 막바지에 흑색선전과 허위사실 유포 등 네거티브 선거전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명한 국민들은 진실을 호도하는 네거티브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대북 변수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듯이 네거티브도 국민들이 단호히 거부할 때 사라질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선거)과정이 이렇게 혼탁해지면 이겨도 절반의 마음이 돌아섭니다. 패자가 축하하고 승자가 포용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부끄러운 승리는 영원한 패자가 되는 길입니다”라고 썼다. 그의 말대로 대통령 선거일이 모든 국민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편가르식 네거티브 경쟁이 아니라 국민을 통합하는 포지티브 경쟁을 펼쳐야 한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도 아쉬운 대목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후보들이 제대로 정책 대결을 펼치지 못했다. 또 후보들이 공약집을 선거일에 임박해서 내놓아 국민들이 비교,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차제에 공약집 제출은 법정 시한을 정할 필요가 있겠다. TV토론도 유감이다. 시간 제한과 토론 방식의 제약으로 후보 간 반박, 재반박 등 토론다운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유력 후보 간 양자토론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16일 마지막 TV토론을 6시간 앞두고 전격 사퇴한 뒤에야 성사됐다.

이제 각 후보들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국민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다. 국민들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모든 권력이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도 선거를 통해 확인된다. 다행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79.9%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을 보였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도입된 재외선거 투표율은 71.2%를 기록했다. 지난 총선에서 45%의 투표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멕시코에 거주하는 교민이 미국 휴스턴까지 왕복으로 2박3일이 걸려 투표하고, 인도에서 2000㎞를 버스로 40시간을 달려 투표소에 도착한 이도 있다. 이역만리에서 고국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이처럼 열정적으로 참여한 이들도 있는데 국내 거주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야 되겠는가.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선거에 적용하면 자신의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의 실정을 비판할 권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선거일에 투표한 사람들에게 ‘I vote(투표했다)’라는 스티커를 나눠주고 투표한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에 이를 자랑스럽게 붙이고 다닌다. 우리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서로 투표했다고 자랑삼아 얘기하고 서로 독려할 수 있는 선거문화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