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1부)] 독일의 눈으로 한국을 보다-자이트 독일 외교부 문화총국장

입력 2012-12-16 18:03

비슷한 역사 한국에 동질감

亞서 가장 주요국가로 생각


한스 울리히 자이트(60) 독일 외교부 문화총국장을 만났던 지난달 29일 베를린에는 비가 내렸다. 자이트 대사는 능숙한 우리말로 “오늘처럼 날씨가 궂으면 한국이 더 그립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말을 잘하는 비결을 묻자 “쥐꼬리만큼 할 줄 안다”는 유머로 답했다. 그는 주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표부, 주미 대사관 등지에서 근무하고 주아프가니스탄 대사를 지낸 베테랑 외교관이다. 독일 내 대표적인 지한파 외교관이기도 하다. 전남대에서 한 학기 동안 유럽학을 강의하기도 했고 2009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주한 독일대사를 지냈다. 독일 외교부 그의 사무실에서 한국과 독일의 교류확대 방안 등을 들었다.

독일 국민들, 한국을 비슷한 역사를 가진 나라로 생각

자이트 총국장은 자신이 경험한 한국은 성공한 역사를 지닌 현대적인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독일은 미국이나 러시아 등과 달리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다.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다. 한국의 발전은 국민들의 노력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이 같은 역사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독일의 역사적 동질감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했다. 그는 “산업화를 이끈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이 있다면, 한국에는 ‘한강의 기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된 경험도 마찬가지”라면서 “한국도 독일처럼 성공적인 통일을 이뤄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덕담을 했다.

그는 “독일 국민들은 한국을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지닌 나라로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한국에 대해 동질감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은 한·독 수교 130주년, 광부 파독 50주년

한국과 독일은 1883년 외교관계를 체결했다. 자이트 총국장은 “그때는 한국에만 독일대사관이 있었고, 독일에는 한국대사관이 없었다”며 “고종을 담당했던 외국인 의사가 독일인이었는데 그 의사의 손녀가 아직도 독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양국 모두 분단되면서 당시 서독의 수도 본에 한국대사관이 들어섰다. 북한은 동독의 베를린에 대사관을 세웠다. 통일이 되면서 한국 대사관은 수도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자이트 총국장은 “1963년 한국 광부가 처음으로 독일에 왔다. 한국 간호사들도 1965년부터 독일에서 일했다. 1960년대 독일에서는 한국에서 온 광부와 간호사가 널리 알려졌다. 한국 광부들은 성실했고, 간호사들은 매우 친절해 인기가 많았다. 독일에서 한국 광부와 간호사를 모델로 한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한국의 발전으로 독일인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자이트 총국장은 “독일의 젊은 세대들은 한국 하면 삼성·현대자동차·LG 같은 대기업들을 먼저 떠올린다. K팝을 비롯한 한류 열풍도 거세다. 독일을 대표하는 베를린영화제에서도 한국 영화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고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독일 정부도 북한의 변화를 바란다

자이트 총국장은 “구 동독 정부는 북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6·25전쟁 이후에도 동독이 북한을 많이 도왔다. 아직도 북한에 대해 향수를 갖고 있는 구 동독 출신 정치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독일 외교에서 북한의 비중은 크지 않다”면서 “독일 정부도 북한이 변화하기를 시도하는데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자이트 총국장은 독일의 한스자이델재단 주최로 올해 6월 독일 바트슈타펠슈타인에서 열린 ‘대북 삼림복구 지원사업’을 예로 들었다. 남북한과 독일의 삼림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헐벗은 북한의 산에 나무를 심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는 “독일 사람들이 끼어들 수 없을 만큼 남북한 관계자들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독일은 이처럼 남한과 북한 사이에 계속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독, 멀리 있는 친구 아니다

“서울과 프랑크푸르트를 잇는 국제선 비행기가 만석일 때 마음이 흐뭇하다. 한·독 양국의 교류가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보다 좋은 증거가 어디 있느냐. 한국과 독일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그는 한국과 독일이 비행기로 11시간 정도 걸리는데, 국제화시대에 이 정도 비행 거리는 먼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주한대사로 근무하던 2010년 G20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참석했다. 독일은 한국을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 독일은 한국과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학문과 연구개발의 교류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독일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매우 많다. 양국 간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또 대학 간 교류, 문화 교류, 각종 연구소 간 교류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이트 총국장은 “산낙지를 비롯한 남도 음식과 포항 과메기, 수원갈비가 그립다. 주한 대사로 근무할 때 휴일에는 북한산에 자주 올랐는데 하산할 때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한국은 매우 좋은 기억을 나에게 선사했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베를린=글 하윤해 기자, 사진 이동희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