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신인작가 송지나로 불러주세요”… 드라마 ‘신의’ 소설로 펴낸 방송작가 송지나
입력 2012-12-16 22:09
지난 10월 말, 24회로 종영한 SBS 드라마 ‘신의’의 방송작가 송지나(53)가 장편 ‘신의1’(비채)을 내고 문단에 입문했다. 방송작가 30년차에 이른 그에게 이번 소설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낸 방송계 미다스의 손이 영상미학을 벗어나 처음으로 활자미학의 세계로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직접 대면도 사진 촬영도 싫다는 그를 지난 13일 전화 인터뷰했다.
-‘신의’ 종영 이후 소설 작업을 하는 동안 어떤 심정이었는지.
“침묵의 미덕을 알아가는 중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그동안 제작 여건 맞춤 작가로 살았어요. 그러다보니 자괴감도 들었고요. 소설 쓸 생각은 없었는데, 인터넷 영향인지는 몰라도 ‘신의’의 팬이 예상외로 두텁고,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는 의견을 보내왔더군요. 그래서 소설 작업을 한 것인데, 가장 신기한 일은 늘 ‘을’의 입장에서 방송 일을 하던 것과는 달리 출판사와 계약할 때 보니 제가 ‘갑’의 입장에 있는 거예요. 그때, 아, 내가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방송 작가로서의 자괴감이란.
“드라마 작가는 어떤 의미에선 스태프나 마찬가집니다. 스태프로 공동작업을 하는 셈이죠. 같이 고생한 분들이 돈을 못 받았다고 속상해 할 때 저도 속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근데 혼자 소설을 쓰다보니 영 딴판의 세계인 거예요. 나 홀로 작업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알아가는 중입니다.”
-소설가로 변신한 소감은.
“평생 소설 써온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방송일 하면서 화려하게 놀았던 사람이 소설을 쓴다니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합니다.”
-드라마와 소설의 다른 점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드라마는 인물마다 대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소설도 제3자적 입장에서 심리 묘사를 하거든요. 소설 ‘신의’에 대해 출판사 측에서 ‘누진다초점 소설’이라는 해석을 달았는데 그게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아요. 방송작가는 외로운 존재예요. 녹화현장엔 방송사 스태프들이 병참부대로 포진해 있는데, 저는 혼자만의 외인 부대원처럼 외로웠거든요.”
-원래 소설 지망생이었다던데.
“어렸을 때부터 활자중독자였어요. 닥치는 대로 읽는 잡식성이었죠. SF에서 뇌 과학서에 이르기까지. 상품의 라벨까지 읽곤 했는데, 대학생 땐 소설가를 꿈꾸기도 했지요.”
-이번에 ‘신의1’권을 냈는데 몇 권에서 마무리할 계획인지.
“내년 3, 4월까지 ‘신의4’권까지 내고 마침표를 찍어야죠. 저는 두 가지 일은 못하는 성격입니다. 뉴질랜드에 작은 시골집이 있는데 27일 항공권을 구해놨어요. 그곳에서 마무리 지을 작정입니다.”
-앞으로 소설을 먼저 쓰고 드라마로 만들어볼 계획은.
“그런 생각도 있어요. 소설은 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가 훨씬 구체적이지요. 원작을 보고 배우들이 더 쉽게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되면 새 창작 소설도 써볼 계획입니다. 기왕이면 장르 소설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국내 소설들은 너무 진지하거나 너무 가볍거나 하는 양극화에 빠져 있는 거 같아요. 김영사 박은주 대표(도서출판 ‘비채’는 김영사의 문학 브랜드)와도 나눈 얘긴데, 좀 더 감각적인 장르 소설이 그 중간쯤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정치를 다루더라도 추리 기법이 가미된 그런 장르 소설에 구미가 당깁니다. 한국 소설의 파이(π)가 더 확장돼야 해요. 여행 갈 때 가방에 넣고 가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 말이지요. 읽고 있으면 저절로 영상이 떠오르는 소설, 젊은 세대들에게 활자를 통해 화면을 보여주는 소설, 그런 소설은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부터 신인 작가 송지나로 불러주세요.”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