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봉사왕에 주는 클레멘테償 “선수가 이룰 수 있는 최고 영예”

입력 2012-12-16 17:45


“사이영상을 받았고 월드시리즈 우승도 했지만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이 상은 선수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값진 상은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200승-150세이브’를 넘긴 유일한 투수인 존 스몰츠가 2005년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 소감이다. 1990년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이끌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그토록 기뻐했던 이 상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전설의 외야수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이름을 딴 것이다. 스몰츠뿐만 아니라 다른 수상자들 역시 이 상의 수상을 매우 영예롭게 생각하며, 언론 역시 매우 비중있게 다룬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클레멘테는 195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18시즌 동안 타격왕 4번, 통산 타율 0.317, 3000안타, 240홈런, 1305타점을 기록한 역대 최고의 야수다. 하지만 그는 야구장 밖에서 더 위대했다.

푸에르토리코 사탕수수농장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고국인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해 중남미 국가들이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을 가슴아파한 그는 구호활동에 앞장섰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그는 바로 중남미로 달려가 봉사활동에 나섰고, 이것은 그가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1972년 니카라과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그는 구호 물품을 두 차례 보냈다. 하지만 부패한 관리들이 구호 물품을 중간에서 빼돌리는 바람에 이재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을 안 그는 직접 구호 물품을 가지고 가기로 결심했다. 새해를 하루 남겨둔 12월 31일 그는 비행기에 구호 물품을 잔뜩 싣고 니카라과를 향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클레멘테의 비행기는 악천후 속에 동체 이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생전에 그는 “만약 타인을 도울 수 기회와 조건이 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인생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라면서 “나는 모든 것을 다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뜰 때까지 그의 신조에 충실했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미국과 중남미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그가 활동했던 메이저리그는 그의 위대한 정신을 기리고 나섰다. 전미야구기자협회가 은퇴 후 5년이라는 유예기간 없이 클레멘테를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고,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였던 보위 쿤은 그동안 사회봉사에 적극적인 선수에게 주던 ‘커미셔너 상’을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으로 개명한다고 발표했다.

클레멘테는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 큰 영향을 발휘, 수많은 선수들이 그를 본받아 ‘노블리즈 오블리제’를 실현하고 있다. 칼 립켄 주니어, 커트 실링, 제이미 모이어, 카를로스 델가도, 데이빗 오티즈, 클레이튼 커쇼 등 역대 수상자들을 보면 선수로서도 뛰어났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오티즈(보스턴 레드삭스)는 200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아동 기금을 만들어 조국인 도미니카와 미국에서 아이들의 심장병 수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최연소로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커쇼의 도전’이란 단체를 만들어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거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미국 스포츠계는 선수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각종 프로 리그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프로농구 NBA Cares다.

NBA에는 ‘킨샤샤의 성자’라고 불렸던 콩고 출신 디켐베 무톰보(전 휴스턴 로켓츠)처럼 개인적으로 수많은 기부와 봉사 활동을 펼친 선수들이 적지 않다. 무톰보의 경우 전세계에 콩고 내전의 참상을 알리는가 하면 콩고 수도인 킨샤샤에 병원을 짓는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 중에는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정보가 부족하고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망설이는 경우가 꽤 있다. NBA Cares는 바로 이런 구단과 선수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2005년 10월 출범한 NBA Cares는 구단과 선수들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상대로 봉사활동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유니세프, 미국독서재단, 스페셜올림픽, 메이크 어 위시 재단 등 도움이 필요한 수많은 단체들이 NBA Cares의 파트너다. 이외에도 아이티 지진과 동일본 대지진의 희생자들을 위한 기금 마련 등 NBA Cares는 사회적 문제에 빠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NBA Cares는 지금까지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으며 지역 사회의 봉사 활동에 190만 시간을 할애했다. 또한 NBA Cares를 통해 사회 공헌의 기쁨을 맛본 선수들은 스스로 재단을 만들거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아내와 함께 LA 지역의 청소년 노숙자를 위한 ‘코비 앤 바네사 브라이언트 패밀리 재단’을 세운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가 대표적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