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벼랑 끝에서

입력 2012-12-16 17:56


비행기 조종사들이 모이는 신우회를 정기적으로 인도하면서 그들과 교제한 적이 있다. 한번은 그들과 식사를 하면서 내가 대뜸 한 가지 질문을 했다. ‘혹시 비행기가 하늘에서 엔진이 고장 나면 어떻게 됩니까? 자동차는 길에서 서면 그만인데 비행기는 하늘에서 설 수도 없지 않습니까? 낙하산이 펴집니까?’ 나의 무식한 질문에 기장들이 배를 잡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목사님, 비행기는 엔진이 하나가 아닙니다. 보조엔진이 있어서 하나가 꺼지면 다른 엔진이 돌아갑니다.’ 창피해서 순간 얼굴이 화끈했지만,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마음에 밀려오는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복음 진리를 찬찬히 정리했다.

‘그렇지! 믿는 사람도 이와 같아서 육신의 엔진이 꺼지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아. 꺼지지 않는 또 다른 엔진, 영원한 생명의 엔진이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거야.’ 죽은 나사로가 보여준 것이 이것이었다. 그의 육신의 엔진이 꺼졌지만, 나사로의 영원한 생명 엔진은 꺼지지 않고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믿는 자들 속에는 두 개의 엔진이 돌고 있다. 하나는 금방 꺼지지만 또 다른 하나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 평소에는 두 개의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고난의 때가 되면 이것을 느끼고 체험한다. 하나님은 고난의 자리로 우리를 밀어 넣으심으로서 우리에게 또 다른 엔진이 있음을 체험하게 하신다.

다니엘 고틀립이 소개하는 작자 불명의 시가 있다. 제목은 ‘벼랑 끝으로!’ ‘벼랑 끝으로 오렴 / 안 돼요 무서워요 / 벼랑 끝으로 오라니까 / 안 돼요 떨어지잖아요 / 벼랑으로 오렴 / 마침내 벼랑으로 가니 / 그가 나를 밀었다 / … 그때 나는 날아올랐다’ 벼랑 끝으로 가기 전에는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분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초대하신다. 날개와 같은 또 다른 생명의 엔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체험하도록 말이다.

두 주 전에 교회에서 인사하고 헤어진 50대 초반의 한 남자분이 두 주 만에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놀란 가슴에 부랴부랴 그 가정에 심방을 갔다. 집안에 들어선 순간 그 부인의 말이 놀랍다.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평안이 자기를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데, 도무지 나의 힘이라고 할 수 없는 또 다른 어떤 힘이 나의 마음을 지금 붙들고 있어요.’ 영혼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진실한 고백이었다.

그날 나는 똑똑히 보았다. 또 다른 엔진이 그의 속에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것을. 평상시 잘 보이지 않던, 영원한 생명의 날개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육신의 엔진만이 아니라, 영원한 엔진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고난의 시간에 증명되고야 말았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나에게 영원히 꺼지지 않는 생명의 엔진을 달아주신 그분께 감사했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