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영숙 (13) 목회자 된 남편에게 주님 이름으로 교회 선물

입력 2012-12-16 17:56


1979년 대학 4학년 때 기술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남편은 KT에서 그룹 감사실장을 비롯해 KTF 부사장을 거쳐 사장대행까지 지냈다. 직장에서도 신우회를 섬기며 직장 복음화에 힘썼다. 매주 토요일이면 집을 개방해 예배와 성경공부를 인도해온 것도 오래됐다. 주일에는 청년부 사역에 힘쓰는 평신도 사역자였다.

그런 남편이 인생의 후반전을 주님께 드리겠다고 결심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침신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목회연구원장으로 5년 동안 사역하며 교회 개척에 대한 비전을 키웠다. 그러면서 내게도 한번 기도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7년차의 좋은나무성품학교가 일반교육뿐 아니라 교회교육, 공교육까지 확장된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교회 개척이라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련하게나마 옛 추억이 떠올랐다. 1998년 수원에 영통밀알유치원을 설립할 때였다. 유치원 건물을 짓기 전 그 자리는 동산 같은 예쁜 산이었다. 유치원 설립을 놓고 간절히 기도할 때 주님은 말씀으로 응답을 주셨다. “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사 56:7)

‘교회도 아니고 유치원을 짓겠다는데 왜 이런 말씀을 주실까’라며 의아해했다. 2001년 예수전도단과 함께 제1회 기독교교사 선교대회를 이곳에서 열고 동역자들과 함께 기도하지 않았던가. 주님은 정확하게 14년 후에 일어날 일을 미리 말씀으로 알려 주신 것이다.

비로소 교회 개척이 주님의 뜻임을 확신하고 예배처소를 예비하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영통밀알유치원의 수영장을 교회로 리모델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것들로 주님의 성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 드리는 첫 예배당을 내 손으로 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남편을 비롯한 어느 누구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고 조용히 교회를 지었다. 그리고 완공 후 남편에게 보여줬을 때,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던 그의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남편 김기열 목사는 지난 2월 5일 그곳에 좋은나무교회를 개척하고 첫 예배를 드렸다. 그러고 보니 나는 개척교회 사모였다. 5월 13일에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인 김장환 목사님을 모시고 창립예배도 드렸다.

성도들이 함께 예배드리고 믿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 줄 미처 몰랐다. 10명으로 시작한 교회학교는 현재 50여명으로 늘었다. 성품을 가르치는 교회학교가 소문이 나면서 매주 새 신자들이 늘고 있다. 토요일에는 성품영성프로그램인 ‘다니엘 캐릭터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부모와 함께 교회에서 즐거운 주말 성품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나의 가장 큰 열매는 가족이다. 남편은 언제나 나를 지지해주고 후원해준다. 미국 유학 중에도 그랬고 박사학위를 마칠 때까지 전폭적으로 도와줬다. 성품을 연구할 때도 남편은 신학적 배경과 원전을 살펴주며 동행했다.

또한 세 아들을 키우면서 나의 연약함과 한계로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자녀만큼 간절한 기도제목도 없었던 거 같다. 장남 희종은 한동대 로스쿨에서 국제 변호사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둘째 하종은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1년 반 동안 하와이 열방대학에서 제자훈련 등을 모두 마치고 미네소타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있다. 파슨스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막내 유종은 현재 열방대학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나는 세 아들을 키우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더 배울 수 있었고 그들을 키우며 연약할 때마다 무릎 꿇고 엎드려 기도하는 법을 배웠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