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美 국무장관 꿈’ 접다… “인준절차 길어진다” 고사… 오바마, 따로 만나 위로
입력 2012-12-15 00:25
버락 오바마 2기 미국 행정부의 국무장관 최우선 후보였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대사가 결국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제 미국 정가의 이목은 존 케리(69·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라이스 대사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려던 생각을 접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차기 국무장관 후보군에서 자신을 제외해 달라는 라이스 대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스 대사는 유엔 대사로서 미국의 국익 증진을 위해 훌륭한 역할을 했다”면서 대이란, 대북 제재와 관련해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는 별도로 14일 라이스 대사를 따로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앞서 라이스 대사는 오바마에게 서한을 보내 “인준 절차가 길어지고 국내외 정책 우선순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무장관직 고사의 뜻을 전했다. 장관 인준권을 갖고 있는 상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주재 영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라이스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외교 수장으로 자격이 없다’고 반발해 왔다.
라이스 대사의 자진 사퇴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진 미 정가에서 뇌관을 제거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의미를 부여했다. CNN방송 등은 오바마가 국무장관 인선을 공화당에 양보한 대신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재정절벽’ 타개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라이스 대사가 국무장관 후보에서 물러나면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콜린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으로 이어지는 여성과 흑인의 비주류 국무장관 시대가 연장되는 것도 마감됐다.
차기 국무장관에는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이자 상원 외교위원장인 존 케리 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재부상하고 있다. 다수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케리를 적임자라고 공공연히 밝혔고, 케리 자신 역시 국무장관직에 관심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주에는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을 가장 강력히 반대한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케리를 ‘국무장관님(Mr. Secretary)’이라고 불러 눈길을 끌었다.
한편 척 헤이글(69)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오바마 행정부 2기 국방장관으로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이 전망했다. 헤이글 전 의원은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원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그가 차기 국방장관으로 임명되면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의 두 번째 공화당 소속 국방장관이 된다. 현 리언 패네타 장관의 전임자였던 로버트 게이츠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임명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국방장관으로 기용했었다.
불륜 스캔들로 낙마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임에는 마이클 모렐 CIA 국장대행과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 등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