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4] 또 다른 선거운동 공간 인터넷·SNS도 시끌

입력 2012-12-14 21:36

18대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또 다른 의미의 ‘선거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운동장 유세’에서 시작해 ‘전화부대’ 시대를 거친 선거운동이 이제는 인터넷 댓글 논쟁과 SNS 입소문 확산 형태로 진화했다. 최근 선거 판을 달군 이슈는 대부분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뜨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면 각 후보 대변인들이 공식 논평을 내놓는 일이 이제 공식처럼 돼버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TV토론 ‘아이패드 커닝’설은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박근혜의 커닝? 이제 최첨단 수첩까지 동원’이란 글을 올리며 급속도로 확산됐다. 박 후보가 아이패드를 휴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정 의원이 글을 삭제하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식지 않고 있다. 박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한 ‘대선승리 기원 억대 굿판설’, ‘이단 종교집단 신천지 연루설’ 등도 비슷한 사례다.

박 후보의 굿판설에 사실무근이란 해명이 나오자 거꾸로 문재인 후보 굿판설이 돌기도 했다. 문 후보를 향한 ‘색깔론’ 흑색선전도 판친다. 포털 사이트에 문 후보의 대학 동기라고 주장한 사람이 “문 후보 아버지는 반공포로였으며 계급은 인민군 상위(한국군 대위)였다고 한다”는 글을 올리자 게시판과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갔다. 문 후보 측은 14일 “문 후보 선친은 북에서 공무원이었고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피난 내려오신 분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이런 식의 인신공격뿐 아니라 후보 정책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각종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인터넷 언론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철도 민영화 100% 추진’이라 보도했는데 근거 없는 정책 비방”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지난 4월 지금 같은 방식의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김무성 총괄본부장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인사들이 카카오톡에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오늘 아침 여론조사 결과’라며 박 후보가 지고 있다는 잘못된 내용을 무차별로 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며 왜곡된 수치를 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SNS가 ‘소셜 네거티브 서비스’로 전락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SNS의 빠른 확산력 때문에 허위사실이 유포되더라도 규제·단속할 방법이 많지 않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흑색선전은 제기한 쪽에도 분명 부메랑이 된다. 정치권 스스로 유혹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인에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씨는 최근 트위터에서 허위 사실과 개인정보를 노출시켜 물의를 빚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는 “트위터에 어떤 내용이 올라오면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유·불리를 따져 유리한 것만 전파하는 행태에 문제가 있다”며 “일반인은 그렇다 해도 트위터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까지 가세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