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도발 이후] 美 정부도 北 로켓 발사 낌새 못챘다

입력 2012-12-14 18:50

한국뿐 아니라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도 11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당시 완전히 방심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부와 국방부, 백악관 등 정책 부서는 물론 정보 당국도 로켓이 발사될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로켓 발사 당일 국무부와 국방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아시아·북한 담당자 대부분은 워싱턴 주재 일본대사관저에서 열린 일왕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몇몇 관리는 로켓 발사 사실이 알려지기 몇 분전까지도 “발사가 연기돼서 얼마나 다행이냐”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북한이 로켓 발사 예정기간을 29일까지 연장한 것을 ‘확실히’ 발사가 연기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파티에 참석했던 한 아시아 문제 전문가는 “미국 정부 인사 누구도 로켓이 당시 발사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11일 저녁에 열린 파티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 짐 줌왈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 시드니 세일러 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 크리스 존스턴 국방장관실 동북아 정책국장, 에이미 시어라이트 국방장관실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 동북아시아·한반도 관련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피터 라보이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는 파키스탄 대사관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고 있었다. 파티를 즐기던 이들은 그러나 휴대전화를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황급히 일본대사관저를 빠져나갔다고 한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자 국무부는 “계속 대비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국무부, 정보기관들이 북한의 로켓 발사 시점에 놀란 것 같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몇 주간 대비를 계속했고 대응책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눌런드 대변인은 또 로켓 발사 이후 4시간이 지난 뒤에야 미 정부의 공식성명이 나온 데 대해서도 “정확한 상황 평가를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로켓 발사를 늦출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대해선 “정보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