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배의 말씀으로 푸는 건강] 콰시오코르

입력 2012-12-14 18:07


팔다리와 가슴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데 유독 배만 볼록한 아프리카 어린이를 보셨습니까? 단백질 섭취량이 극히 적은 상태가 오래 지속될 때 나타나는 이 병은 콰시오코르(Kwashiorkor)라 불립니다. 콰시오코르는 가나어로 ‘둘째아이가 태어날 때 큰아이가 걸리는 병’이라는 뜻이랍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갓 태어난 동생에게 엄마 젖을 빼앗긴 아이는 탄수화물인 곡물이나 전분인 감자로 배를 채우게 됩니다. 곡물이나 감자에서도 적절한 열량은 공급받을 수 있지만 그동안 모유에서 얻을 수 있었던 양질의 단백질은 구할 수 없게 됩니다.

둘째가 태어날 때 큰 아이가 걸리는 병

단백질이 부족한 1∼4세의 유아들은 머리는 커지는데 키가 자라지 않으면서 팔다리의 살이 빠집니다. 보충되지 않는 단백질을 체내에서 만들기 위해 지방을 동원하다 보니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며 간에 지방이 차게 됩니다. 머리카락은 주황색으로 변하고 피부염, 소화흡수 장애, 신경계 장애 등이 생깁니다. 발이 붓고 배에는 복수가 차 볼록해집니다. 무엇보다 전염병균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같은 질병에 어이없게 쓰러집니다. 희망적인 사실은 증상이 심하더라도 단백질만 공급받으면 수주 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로 분유, 우유, 두유, 대두분, 생선가루 등이 공급됩니다. 단백질뿐만 아니라 음식의 절대량이 부족해 열량조차 채워지지 않으면 전신이 말라가는 마라스무스(Marasmus)란 질병도 있습니다.

바야흐로 감사와 축복의 계절입니다. 거리엔 캐럴이 울려퍼지고 예쁜 크리스마스카드가 배달됩니다. 한 해를 보내는 각종 모임으로 식탁이 풍성합니다. 교회에선 성탄 축하 음악회와 예배 준비로 분주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부족하지 않은 음식으로, 따뜻한 잠자리로 양육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콰시오코르나 마라스무스는 참 생소한 병이고, 먼 나라 얘기라고 외면하기엔 성탄의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가 눈에 익숙하고 모금 종소리가 흥겹습니다. 민간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waterful 크리스마스’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성탄트리에 빈 생수병을 달고 성금을 내면 모금된 돈으로 식수난에 시달리는 케냐, 가나, 모잠비크, 우간다 등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우물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국민일보와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도 진행 중입니다. 기아대책기구에서는 생필품이 담긴 성탄 바구니를 극빈 가정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Merry christmas, My child’란 크리스마스 선물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톱헝거’ 프로젝트를 통해 한 끼 식사비 1만원을 아껴 빈곤지역 어린이 1년치 비타민을 제공합니다. 유니세프에서는 식량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소말리아, 케냐, 지부티 등 동아프리카에 사랑의 트리를 만들어줄 1004명의 산타를 모집합니다. 100달러, 우리 돈으로 11만원이면 심각한 영양실조 어린이 한 명을 죽음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잠 19:17)는 권면을 기억해 봅니다.

지구촌 빈곤지역 어린이 돕기에 동참을

연중 밤이 가장 깊은 시절에 빛으로, 왕의 아들로는 가장 비천한 장소에서 겸손으로, 신으로서 어머니의 몸을 통해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우리 곁에 오신 구세주를 흠모합니다. 마땅히 ‘말씀으로 푸는 건강’에서도 성탄 인사를 전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

<대구 동아신경외과원장·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