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때 묻은 손으로 야구공 던질 수 있겠나
입력 2012-12-14 18:32
2012년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관중 700만명 시대를 연 뜻 깊은 해다. 야구를 즐기는 계층이 다양해졌고, 국민 레저의 하나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10구단 창단이 결정되었고, 현재 전북과 수원을 연고지로 내세운 부영그룹과 KT가 경합하고 있는 상태다. 팀을 없애거나 줄이는 다른 종목과 달리 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야구계로서는 유사 이래 이런 경사가 없다.
그러나 최근 대학입시를 둘러싼 추문은 이런 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올 초 발생한 경기조작 사건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나온 것이어서 아픔이 더하다. 더욱이 구속된 사람 가운데는 고려대 야구부 감독 시절 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킨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을 비롯해 LG 수석코치를 했던 정진호 연세대 감독, 천보성 전 한양대 감독 등 유명인까지 포함돼 있다. 특히 양 전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가 진행될 때 이미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었고, 구속을 코앞에 둔 4일에는 야구 원로들이 제정한 ‘일구상’의 지도자 부문까지 받았으니 상의 권위에 먹칠을 했다.
문제는 야구 입시 비리가 일과성이 아니라 발에 박힌 티눈처럼 고질이라는 것이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뽑히지 못한 선수들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 죽기살기로 대학에 매달린다. 대학 입학정원보다 고교에서 졸업하는 선수가 많다 보니 돈의 유혹이 똬리를 틀고 여기서 고교 감독들이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먹이사슬의 검은 고리가 이어져 왔다.
입시 비리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수많은 수험생이 엄격한 경쟁을 거쳐 대학 문을 두드리는 데 선수들이 돈을 앞세워 부정 입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몇몇 개인을 사법처리하는 수준에서 끝낼 일이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들이 나서서 입시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추악한 체육인은 더 이상 그라운드에 오를 수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