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환경보호 엉터리… 오수 무단방류·생태계 관리 약속 안지켜

입력 2012-12-13 21:54


강원 원주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 정성광(42·주무관) 팀장은 지난달 23일 강원 홍천의 힐드로사이 리조트에 대한 현장조사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골프장 샤워시설의 오수가 불법 배수관로를 통해 하천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었다. 정 팀장은 “많은 골프장을 점검했지만 불법 관로로 오염된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의 남춘천CC는 더욱 심각했다. 이 골프장은 골프장 시설에서 배출하는 오수량, 수질 등을 직접 조사·기록해야 하는데도 이런 사실조차 몰랐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지난달 12일 이 골프장의 방류수 수질을 측정한 결과 질소와 인이 규정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환경청은 올해 2월부터 지난 5일까지 강원도와 충북 5개 시·군의 골프장 26곳을 점검한 결과 절반이 넘는 15곳에서 환경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원주환경청에 따르면 강원 강릉의 메이플비치 골프장은 2009년 골프장을 조성하며 해안도로 640m 구간의 이전 약속을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안인사구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충북 음성의 진양리조트 등 13곳의 리조트는 개발지 내 골프코스의 표면배수시설·토사유출 저감시설 설치가 부적정했다.

원주환경청은 메이플비치 골프장 등 5곳에 과태료 4680만원을 부과하고, 나머지 10곳에는 적발 사항을 보완토록 조치했다.

정 팀장은 “그동안 승인기관인 도와 시·군이 사업장에 대해 수차례 점검을 실시했는데도 위반 행위가 거의 적발되지 않은 것은 승인기관의 관리·감독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13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선 후보의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 의지와 도청의 골프장 문제 전면 재검토 입장을 환영한다”며 강원도 내 골프장 건설 반대 농성을 하며 설치한 노숙장이 406일 만에 자진 철거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모든 절차는 전면 재검토를 전제로 진행돼야 하며 주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주=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