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후폭풍] 항우연 ‘곤혹’… 北에 뒤지는 로켓기술, 러에 끌려다닌 나로호
입력 2012-12-13 21:58
올 초 현대경제연구원 발표를 보면 2011년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20달러로 남한의 3% 정도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은 최소 20∼30년 낙후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경제력과 기술력 모두 후진적인 북한이 12일 미국 본토까지 닿는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리자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에 연달아 실패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졌다.
나로호는 러시아 기술진이 제작한 1단 로켓을 그대로 사용하고도 이미 2009·2010년 1·2차 발사를 실패했고, 올해 시도된 3차 발사마저 지난 10·11월 두 번이나 기기결함 등으로 미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자체 기술로 ‘은하 3호’를 쏘아 올려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켰으니 ‘한국은 뭘 했는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남한이 북한보다 과학기술이 훨씬 발전했지만 장거리 로켓과 핵무기 기술에서만은 우리가 북한보다 뒤져 있다”고 인정했다. 북한은 이미 1970년대 후반 구(舊)소련으로부터 스커드 미사일을 들여와 분해한 뒤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장거리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80년대 초반부터 자체 미사일을 개발했고 1993년에는 사거리 1000㎞짜리 미사일 ‘노동 1호’를 만들어 주변국을 놀라게 했다. 반면 한국은 사거리 180㎞로 제한된 ‘한·미 미사일 지침’의 철저한 통제를 받아 왔다. 단거리 로켓 개발밖에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장거리 발사 기술이 필요한 민간용 발사체는 완전히 무(無)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 한 관계자는 “대형 위성발사체용 액체연료가 사용된 과학로켓 KSR-Ⅲ이 개발된 게 1997년이었으니 우리는 북한보다 20년 가까이 출발이 늦었다”며 “많이 따라잡았지만 여전히 뒤떨어져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선종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은 “출발이 늦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반성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고문은 “북한은 오랫동안 로켓 기술을 연구해 왔고, 이번 성공이 나로호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대단히 앞선 것도 아니다”며 “다만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러시아에 끌려다닌 항우연이 이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북한이 쏘아 올린 ‘광명성 3호’가 지구 궤도를 정상적으로 돌고 있다고 13일 발표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자료를 보면 95.4분 주기로 지구를 타원형으로 돌고 있다”며 “기능 작동이 제대로 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