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재계순위 밀려도 팬오션 매각”… 기업들 경기침체 장기화 속 고강도 조직 재편 잇따라

입력 2012-12-13 21:29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로 사업 환경 급변에 위기감을 느낀 그룹들의 구조조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존 중복사업 조정 등 군살빼기 수준이 아니라 주력인 알짜 계열사까지 매각하며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일부 그룹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하면서 재계 순위 변동도 불가피해졌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주력 계열사인 STX팬오션 매각에 나선 STX그룹의 재계 순위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3위 해운사이자 최대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은 2008년 해운시장 호황 때 영업이익이 67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STX그룹이 보유한 STX팬오션의 지분 35.93%의 주식가치는 약 3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올 9월 말 현재 STX팬오션의 총 자산이 7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되면 지분 가치가 2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자산총액 기준 재계 11위(공기업·총수 없는 기업 제외)인 STX그룹이 STX팬오션을 매각하면 16위권 이하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STX그룹은 또 최근 3600억원 규모의 STX에너지 지분 매각을 마무리했고, 유럽 조선 자회사인 STX OSV 매각도 추진 중이다.

동양그룹도 마찬가지다.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약 2조원을 확보하기 위해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였던 레미콘과 가전사업부를 팔고 금융·시멘트·화력발전만 남길 경우 재계 30위인 동양그룹의 순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채권단이 11일 실무진 회의를 열어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의 지분 50%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베트남 호찌민의 복합시설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은 호텔 객실 점유율이 82%가 넘지만,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의 상황이 어려워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도 유통사업에 대한 정리에 나섰다. 포스코건설 소유 베트남 호찌민 주상복합건물 ‘다이아몬드 플라자’와 부산의 주상복합쇼핑몰 ‘센트럴스퀘어’, 대우인터내셔널 소유의 경남 창원 ‘대우백화점’ 등을 일괄 매각하기 위해 롯데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위기상황에 내몰리는 가운데, 그동안 비상경영으로 버텨왔다는 기업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설립된 지 30년 이상 된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외환위기 15년, 기업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뒤 상시 비상경영체제로 버텨왔다’고 응답한 기업이 65.7%에 달했다.

특히 중소기업(58.1%)보다 대기업(82.8%)에서 이 같은 대답이 많았고, 업종별로는 제조업체(72.4%)가 서비스업체(36.4%)보다 비상경영을 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내실경영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추구’(88.4%)하는 기업이 ‘공격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11.6%)하는 곳보다 많았다.

최정욱 권혜숙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