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후폭풍] 핵·미사일 전문가 라이트 박사 “北 진정한 기술적 진전 아직 못 이뤄”

입력 2012-12-13 19:34


미국의 저명한 핵·미사일 전문가인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UCS·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성공했지만 ‘진정한 기술적 진보’를 성취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 가진 전화,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전환될 경우 사정거리가 1만3000㎞에 달할 수 있다는 일부 분석에 대해서도 이번 로켓에 사용된 기술을 감안할 때 “너무 먼 얘기”라고 진단했다.

라이트 박사는 “북한이 로켓 발사에 사용할 부품을 오래전부터 보유해 왔지만 모든 부품이 동시에 작동하게 하는 조립 능력이 결여된 게 문제였다”며 “이번 발사는 이 문제를 극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사가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발사도 자동적으로 성공하리라 믿을 근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로켓 같은 복잡한 기기의 발사와 작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조건일 경우 일관되게 비슷한 결과를 내놓는 신뢰성(reliability)인데, 기술과 시스템을 감안할 때 이번 발사가 이를 높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라이트 박사는 미국 러시아 등 선진 로켓 기술국가와 북한의 근본적 차이에 대해 “이들 국가는 크고 작은 수백 차례의 실험을 통해 기술과 시스템의 안정성을 이룩했지만 북한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로켓 발사장치의 신뢰도를 자신할 수 없게 되면 로켓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때 효율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발사장치의 신뢰성 부족에다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받게 되는 열을 방지하는 고난도 기술도 여전히 큰 장애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트 박사는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의 ICBM을 언제쯤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알 수 없다”면서도 “최소한 수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답했다.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는 등 성공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은데 너무 인색한 평가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번 발사를 통해 다른 나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등 정치적으로는 큰 성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만을 따질 경우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크게 진전됐다고 믿을 근거는 약하다고 강조했다. UCS는 기술과 과학 분야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와 검토를 위해 구성된 비영리 연구단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