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거래하면 제3국 기업도 제재”… 한·미 ‘이란式 제재’ 논의

입력 2012-12-14 10:48


한·미 양국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제재로,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까지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연합(EU), 일본 등 기존 ‘북한과의 양자 제재’ 국가 리스트에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도 참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한·미가 금융 등 주요 분야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이란식(式)’ 제재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 중”이라며 “해운, 금융, 항공운송 등 각 분야의 세부 시행방식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미온적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엔의 ‘다자 제재’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양자 제재’ 수위를 크게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될 경우 북한에 들어갔던 선박은 소속 국적에 상관없이 제재 참가국 입항이 전면 금지되고, 북한과 거래한 금융기관은 한·미 양국에서 거래가 전면 중지된다. 무역거래와 돈줄을 동시에 틀어막는 고강도 제재로 현재 미국이 이란에 가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국내 해운·항공 분야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 한만희 국토해양부 차관이 참석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해외선적 실적이 있는 북한 기업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명단까지 확인해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거래중인 해운회사들은 우리나라와 아예 장사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아세안 소속 10개 회원국에게 양자 제재 참여를 설득하고 있으며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북한 수교국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은 대북 제재 유엔 결의안에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한 경고 문구를 넣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 고위 외교 소식통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발사뿐 아니라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대한 ‘제동장치’를 유엔 결의안 등에 명문화하는 게 미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에서 회원국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2일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발사를 현장에서 직접 지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로켓 발사 당일인 지난 12일 오전 8시 ‘은하 3호’ 발사와 관련해 최종 ‘친필명령’을 하달하고 발사를 1시간 앞둔 오전 9시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았다. 이날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박도춘 당비서가 김 제1위원장을 수행했다.

신창호 이성규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