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의 그늘… 학생 출석률 반토막, 교수 연구비도 삭감

입력 2012-12-13 22:01


서울시립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반값등록금제를 시행한 지 두 학기가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줄었지만 재원 부족으로 교수 연구비 등이 삭감되고, 등록금이 싼 시립대에 등록한 뒤 ‘반수’를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13일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시립대의 올해 연간 평균 등록금은 238만9700원으로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낮다. 등록금이 뚝 떨어지면서 학생들은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2학년 정재승(22)씨는 “올 1학기에도 학원 수학강사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려고 했는데 등록금이 크게 낮아져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며 “학업에 더 집중하고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늘어나 좋다”고 말했다. 강인성(24·경영학부 4년)씨는 “등록금 부담이 줄어든 뒤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없다”면서 “작년 여름방학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올여름에는 영어공부 등에 힘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등록금이 줄자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이 감소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시립대 한 관계자는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 몇몇 교양강좌의 출석률이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져 교무처에서 자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며 “등록금이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보다도 저렴하니 일부 학생들이 등록금 아까운 줄 모르고 수업을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수를 준비하며 수강신청만 해놓고 수업에 빠지는 학생도 생겨났다. 다른 대학을 목표로 올해 수능 시험을 치른 1학년 김모(19)양은 “여름방학 이후 재수를 결심하면서 교양수업은 물론 학과수업도 종종 빠지게 됐다”며 “등록금 부담이 적기 때문에 수업에 빠지는 게 그렇게 아깝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구비 지원 감소로 인한 교수들의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립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교수들의 연구지원비는 월 10만원씩 삭감됐다.

또 우수논문으로 선정되면 지급되던 장려금도 300만원에서 올해 3월부터 240만원으로 줄었다. 모 교수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주로 경상비에 책정돼 있고, 교수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사업비는 지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반값등록금 시행 전에는 학생들의 기성회비에서 부족한 인건비를 보조해 왔지만 기성회비도 반으로 줄어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서울시내 33개 대학 중 시립대의 교수 처우 수준은 31위인데 연구비까지 줄어 사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도 부작용이 발생했다. 한국선진화포럼 관계자는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시행 이후 서울 지역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서울 장학금’이 51%나 줄었으며, 저소득 가정의 고교생을 위한 장학금 역시 40%나 줄었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새로운 복지를 추진하려면 결국 기존 복지정책을 축소시킨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