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촌을 가다] ② 시리아 난민들 “한국서 산타가 왔어요”

입력 2012-12-13 19:11


한국 교회가 이국땅 요르단에서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디아코니아(WD·이사장 오정현 목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요르단 국경지대 자타리 난민촌과 마프락시를 찾아 시리아 난민 가정에 미화 2만5000달러 상당의 가스 난방기와 식료품을 전달했다. WD는 난민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난민들의 생활실태도 조사했다.

WD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대표회장 김삼환 목사)이 해외재난 구호를 위해 지난 2월 설립한 단체다. WD는 설립 이후 첫 국제구호사업으로 시리아 난민 돕기에 나섰다.

WD가 지원한 품목은 시리아 난민 100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50디나르(약 7만원) 상당의 가스 난방기와 16.5㎏ 용량의 가스통(약 6만원)이다. 200가정에 쌀과 설탕, 파우더 우유 등 1개월치 식량도 선물했다. 이들 난방기구와 식량은 난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다.

WD 조사팀이 12일 방문한 파라지 알리 칼리파(42)씨의 16.5㎡(5평) 집은 난방기구가 전혀 없었다. 바닥과 창문, 시멘트벽 등 사방에서 한기가 밀려들어 한낮에도 외투를 벗을 수 없었다. 칼리파씨의 아내는 “5살 된 아들 므함마드가 이달 내내 감기를 앓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칼리파씨는 다른 시리아 난민처럼 요르단에서 직업을 가질 수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120디나르(약 15만원)의 월세를 마련하는 것도 버거운 형편에 90디나르(약 12만원) 상당의 가스 난방기와 가스를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날 WD로부터 난방기와 가스통을 전달받은 칼리파씨 부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므함마드는 난방기에 불이 들어오자 탄성을 질렀다. 칼리파씨는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하다.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WD가 현지 교회 및 선교사와 함께 전달한 ‘푸드 패키지’는 7∼8인 규모의 한 가정이 약 2주간 생활할 수 있는 식료품으로 채워졌다. 현지 사역자들은 WD의 지원을 받아 난민 200가정에 ‘푸드 패키지’를 두 차례 전달할 예정이다.

모함마드 라마단(46)씨 부부는 WD로부터 식료품을 선물받고 한시름 놓았다. 라마단씨 가족은 칼리파씨네보다 더 열악한 주택에서 6식구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80디나르(약 10만원)의 월세를 마련할 길이 없어 식비를 줄이려 했다. 뜻밖에 1개월치 식량을 선물받은 라마단씨의 아내 와스피에(34)씨는 얼굴 가득 큰 웃음을 지었다.

현지 구호사업을 돕고 있는 요르단 선교사 송명근 목사는 “교회의 따뜻한 사랑이 시리아 난민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있다”며 “이방인에게 아내와 딸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무슬림들도 구호사업을 펼치는 목회자들에게는 가족을 공개할 정도”라고 말했다.

WD는 이번 실사를 통해 학생들 교육 지원과 여성 자활 작업장 마련, 어린이 의복 공급 등 세 가지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파악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공식 통계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 가운데 27%는 17세 미만이다. 하지만 요르단의 공립학교는 난민 아동들을 모두 수용할 능력이 없고, 난민들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낼 경제적 능력이 없다. 난민 여성들을 위한 자활 작업장도 취업이 불가능한 난민들의 생계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리아 난민들은 정상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여성들이 소규모 수공업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도록 공동 작업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아이들이 입을 옷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세계 각지에서 구호 의류가 답지하고 있지만 아동복은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난민 자녀의 건강 및 위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WD는 적절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WD 기획팀장 정병화 목사는 “시리아 난민들이 처한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면서 “한국 교회가 나서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프락(요르단)=글·사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