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재계수장 게이단렌회장, 아베에 ‘백기’
입력 2012-12-13 18:57
자민당 아베 신조 총재와 대립각을 세워 온 일본 최대 재계 단체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이 결국 꼬리를 내렸다. 아사히신문은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 회장이 아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두 사람의 입씨름은 지난달 아베가 무제한 금융완화 공약을 내걸며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빙빙 돌려서라도 돈을 찍겠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각계에서 ‘경솔하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요네쿠라도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작심한 듯 아베를 비난했다. 요네쿠라는 이 자리에서 “(아베는) 무데뽀(無鐵砲·일의 앞뒤를 헤아리는 신중함이 없음이란 뜻의 일본말)다. 세계가 금지된 수단으로 여기는 방법으로 정책을 펴는 건 무모한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소식을 들은 아베는 기분이 상한 듯 “일본은행은 지금도 국채를 매입한다. 공부 좀 하라”고 대꾸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지난 10일 다시 이어졌다. 9일 후지TV의 당수토론에 나선 아베가 “경기가 악화되면 소비세 인상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한 데 요네쿠라가 “지금 단계에서 ‘추세를 보고 나서’라니 자민당 총재로서 바람직한 것인가”라고 비판한 것이다. 언론들도 두 사람의 다툼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아베는 당시 공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요네쿠라의 입장은 이틀 만인 12일 별안간 바뀌었다. 그는 아베에게 전화를 걸어 “내 진심은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며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공손히 사과했다. “전면적으로 아베 총재의 경제정책을 지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아베는 “선거 기간이니 신중하게 발언해 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 회장이 돌변한 것은 오는 16일로 다가온 총선에서 자민당이 승리하고 아베가 차기 총리에 취임할 것이라는 예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요네쿠라는 일본 최대 화학회사인 스미토모화학 회장으로 2010년부터 게이단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게이단렌 회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