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경기회복 위해서라면 돈 계속 풀겠다”
입력 2012-12-13 18:57
올해 들어 경기회복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를 계속 내놨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일(현지시간) 추가 부양책을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연준이 경기회복을 위해 양적완화 기조를 더욱 분명히 했다는 평가와 함께 버블(거품) 위험을 더 키웠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계속되는 인플레·버블 우려=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은 내년부터 매월 450억 달러의 국채를 사들이고, 2015년까지 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골자다. 경기회복 지연, 재정절벽 우려 속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라면 계속 돈을 풀겠다는 의미다. 다만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목표치를 정한 것은 연준이 지나치게 경기부양에 집착해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일부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서 경고 역시 커지고 있다. 영국중앙은행(BOE)은 최근 3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방치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국채 매입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외면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장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정한다는 전제 아래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가 내부 반발을 샀다.
총선을 앞둔 일본에선 일본중앙은행(BOJ)의 부양책이 오히려 소극적이라는 정치권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HSBC의 스티븐 킹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관리는 후순위로 밀렸다”고 말했다.
◇MIT 출신들이 장악한 각국 중앙은행=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이) 비밀협의를 통해 위험한 베팅을 하고 있다”고 13일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주요 중앙은행장 18명은 두 달에 한 번씩 스위스 바젤의 국제결제은행(BIS) 18층에서 비공개 만찬을 함께한다. 외부인 출입은 금지된다. 이 자리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진다. 참석 멤버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머빈 킹 BOE 총재 등 전 세계 통화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의 중앙은행 대표들이다.
‘18인 모임’에 참석하는 상당수 인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이다. 버냉키와 드라기, 킹은 아예 1970∼80년대 MIT 경제학과 ‘E52’ 사무실을 함께 사용했다. WSJ는 2007년 이후 주요 중앙은행장들이 정부 및 시장에서 고립되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경기부양 조치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이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푼 돈은 11조 달러에 달한다.
신문은 중앙은행이 개입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MIT 출신들의 특징이 양적완화의 배경이지만, 각국 정부의 개혁과 긴축 노력을 더디게 하는 도덕적 해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