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하모니 영혼을 울리다… 국민일보 창간 24주년 ‘뉴욕할렘싱어즈’ 내한 공연
입력 2012-12-13 18:01
신명을 돋우는 그 흔한 특수효과도, 밴드의 현란한 연주도 없었다. 피아노나 퍼커션 소리가 가끔 고명처럼 얹혀 노래를 꾸며주긴 했지만, 두 시간 내내 공연장을 가득 채운 건 가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음악이 전하는 울림과 여운만큼은 그 어떤 콘서트보다 깊고 진했다.
국민일보가 창간 24주년을 기념해 12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연 뉴욕할렘싱어즈(사진) 내한 공연은 인간의 목소리가 줄 수 있는 감동이 어디까지인지 실감케 하는 무대였다. 보컬 6명과 연주자 2명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완벽했으며, 흑인 보컬 특유의 화려한 기교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연은 흑인영가의 대명사로 통하는 팀답게 흑인영가 ‘스윙 로우(Swing Low)’를 부르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흑인영가는 17세기 미국의 흑인들이 노예 생활의 서러움을 담아 노래한 것이 발단이 돼 생겨난 음악이다. 노래 안엔 인간 존엄의 메시지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녹아 있다.
첫 곡을 마친 뉴욕할렘싱어즈는 ‘헬로 서울, 헬로 코리아(Hello Seoul, Hello Korea)’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흑인영가 네 곡을 내리 불렀다. 객석엔 여타 가수들의 콘서트장에선 느낄 수 없었던 묵직한 감동이 전해졌다.
블루스와 재즈, 가스펠 계열의 노래를 잇달아 부른 이들은 지난 2월 숨진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들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아이 해브 낫씽(I Have Nothing)’…. 귀에 익은 노래들이 나오자 객석 반응은 한껏 달아올랐다.
공연장 분위기는 크리스마스 캐럴 퍼레이드가 시작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보컬 6명은 혼자서, 때론 다같이 호흡을 맞춰 캐럴을 부르며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곡인 ‘산타클로스 이즈 커밍 투 타운(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을 부르기 전엔 산타 모자를 쓰거나 산타 목도리를 두르며 익살맞은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노래가 끝나자 이 소품을 객석에 던졌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예정된 두 시간의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공연장엔 한동안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뉴욕할렘싱어즈는 1978년 미국 뉴욕 할렘가에 있는 할렘예술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창단된 팀이다. ‘뉴욕 할렘 영가단’으로 불리다 2006년 지금의 팀명으로 개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흑인영가의 원형을 가장 훌륭하게 계승해온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앞서 부산(10일), 경기도 오산(11일)에서 공연을 열었던 뉴욕할렘싱어즈는 14일 충북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이번 전국 투어 공연의 피날레 무대를 가진다(070-7434-4502).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