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행정 이렇게 비리로 얼룩져서야
입력 2012-12-13 18:14
경기도의 한 고교 미술교사는 지난해 고3 학생들의 겨울특강 수업을 총괄하며 강사료에서 1200여만원을 빼돌렸다. 대구의 한 고교 이사장은 자신의 어머니가 소유한 기업으로부터 학교 이전 부지를 시세보다 40억원 이상 비싸게 사들였다.
감사원이 어제 공개한 교육행정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 내용이다. 감사원은 지난 6월 16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학교의 회계집행 및 인허가 실태를 감사했다. 그 결과 교사는 수업료를, 학교 이사장은 교비를 가로채는 등 파렴치한 비리가 또다시 드러났다. 방과후수업에 쓸 기자재를 납품하면서 원가를 부풀린 업자, 학교 보수공사를 이사장의 동생이 소유한 기업에 비싸게 맡긴 학교 사무국장도 있었다.
교육비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사학재단의 인사 및 입찰 과정에서의 비리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못될 정도다.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시설공사, 수학여행, 졸업앨범, 급식 등에서 검은 돈이 오가는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교육비리를 토착비리, 권력비리와 함께 3대 비리로 규정하고 경찰과 검찰에 비리척결을 특별히 지시했지만 말로 끝났을 뿐이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추락하면서 말없이 성실하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많은 교육자들이 좌절하고 있다.
교육비리는 하루아침에 뿌리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가장 먼저 교육감을 중심으로 시·도교육청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기준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예산 45조원 중 78%인 38조원이 시·도교육청에서 집행됐다. 하지만 이렇게 큰 예산을 운용하는 시·도교육청의 행정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다.
시·도교육감들은 정치적, 이념적 대결을 그만두고 비리를 견제하고 감시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재정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면 교육계의 청렴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동시에 교감·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혈연과 학연에 집착하고, 일반 교사들의 의견이 묵살되는 비민주적인 학교 현장의 분위기도 개선토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