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미사일 발사 빌미 군비경쟁 안된다

입력 2012-12-13 18:17

북한의 ‘은하 3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은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의 안보를 심각하게 흔들어놓았다. 우선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에 이은 ICBM급 장거리 로켓의 발사 성공은 핵무기와 핵무기 투발수단으로서 미사일을 보유하고 싶어 하는 전 세계의 북한 같은 나라들에 극히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 북한이 저러는데 우리라고 못할쏘냐 하는 망상을 심어주었다는 얘기다.

사실 세계에는 시리아와 미얀마를 비롯해 또 다른 북한을 지향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았다. 또 이란처럼 지금도 핵보유국, ICBM 보유국을 꿈꾸는 나라나 단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게다가 막무가내로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밀어붙일 경우 국제사회는 속수무책임이 북한의 예에서 그대로 노정되지 않았는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성공은 핵시계의 바늘을 앞당기는 한편으로 세계의 평화지수를 크게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또 하나 당면한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한 동북아 군비경쟁이 현실로 성큼 다가섰다는 점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무엇보다 일본에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준 격이 됐다고 해서 지나치지 않다.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을 때부터 발사궤적에서 비켜나 있음에도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고 요격명령을 내리는 등 호들갑을 떨었거니와 우경화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전쟁 및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이른바 보통국가화와 재무장 움직임에 북한의 도발을 적극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기존 이지스 구축함들에 더해 미사일방어 체제를 갖춘 2척의 새 이지스 전투시스템을 미국에서 구매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며, 심지어 오는 16일 총선을 앞두고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쏟아지고 있다. 즉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총선 후보자 중 자민당 후보의 38%, 일본유신회 후보의 77%가 핵무장 검토를 주장했다.

이 같은 일본의 반응은 중국의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군사대국화를 강력히 추진 중인 중국은 이런 일본에 대해 “과잉반응”이라고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 속으로는 박수를 치고 있기 십상이다. 센카쿠열도를 놓고 일본과 심각한 영토분쟁상태인데다가 미·일동맹을 최대의 적으로 여기는 중국으로서는 일본의 군비확장이야말로 자국의 군비확장을 위한 최적의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제라도 충돌할 수 있는 동북아 2대 강국의 군비경쟁은 북한이 아니더라도 동북아를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세계의 지도국 위치에 있는 두 강국이 그래서는 안 된다. 북한을 빌미로 군비경쟁에 나서는 대신 북한이 분탕질을 못하도록 하는 데 손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