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 수위에 이른 여야의 포퓰리즘 남발

입력 2012-12-13 18:18

차기 대통령과 국가, 국민에게 도움 안 돼

대선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지금까지의 선심성 공약만으로도 국가재정 건전성을 해쳐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소지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추가경정예산까지 요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일자리 뉴딜’을 추진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 20조원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재원 확보에 협조하지 않으면 추경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8월 정부에 5조∼6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요청한 바 있다. 고령화 등 사회변화상을 고려해 복지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거나 복지 증진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논리가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 현 정부의 토건 예산을 일부 줄이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얘기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국채 신규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추경은 정부의 빚만 키울 수 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여야는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무리한 추경은 자칫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

무상의료와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임플란트에 건보 적용 등 재원 빠진 포퓰리즘 사례는 많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2일 방송연설에서 밝힌 월 소득 130만원 이하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료의 전액 정부 지급 약속도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볼 수 있다.

내년 우리 경제는 불확실성의 연속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 경기 저점이 확인되지 않자 현금 보유를 늘리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돈 쓰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경제 회생 대책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물론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마저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면서 제동을 걸고 있지만 여야는 마이동풍이다.

선거가 끝나면 제도화 과정에서 많은 공약들이 걸러지거나 폐기돼 왔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올 대선 이후에도 비슷한 모습이 재현될 듯하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든 공약 불이행은 차기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지속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경쟁적인 복지공약 남발은 자제돼야 한다.

여야의 대중영합주의에는 유권자 책임도 있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여야의 복지공약을 포퓰리즘으로 여기면서도 무상복지 공약을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면서 절반은 복지에 필요한 세금 부담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어쩌자는 것인지 어지럽다. 유권자들부터 공짜라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